순장리더십

2014년 12월

연말 소그룹 인도 노하우

순장리더십 전미영 권사_ 부산 산성교회

하나님의 은혜로 믿음의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신앙생활을 보면서 자란 터라 어려서부터 둥지 모임(예전에는 구역 모임)이라고 하면 좋은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어머니는 손 대접하기를 즐겨하시는 분이여서 모임이 있는 날은 작은 잔치가 벌어진 것 같았다. 그날은 사람들이 모여 맛난 음식을 나눠 먹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나에게 이 시간은 커피를 조금이나마 맛볼 기회여서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예쁜 찻잔에 담긴 커피를 한 숟가락씩 얻어먹었던 그 맛과 기분은 잊을 수가 없다.

 

믿음의 유산을 주신 어머니
중·고등학교 시절은 어머니가 지병으로 늘 아프셔서 밝게 생활하지는 못했지만, 어머니는 아픈 몸으로도 가정을 꾸리는 일에나 신앙생활에 소홀하지 않으셔서, 학교생활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성격이 내성적이었던 나는 어머니도 아프시다 보니, 신앙생활이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결국 대학 4학년 때 어머니를 먼저 천국으로 보내며 다른 사람들보다 이른 이별을 하게 됐다. 정신적으로 의지했던 어머니를 잃었기에 심적으로 많은 상실감과 허전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 외로움과 슬픔이 오히려 하나님을 만나는 법과 신뢰하는 법을 알게 해준 내 생애 가장 귀중한 시간이었다. 어머니와 조금은 일찍 헤어졌지만, 어머니가 남겨주고 가신 가장 큰 유산인 믿음의 유산 덕분에 스물아홉 되던 해 지금의 남편을 교회에서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다. 하나님께서 예비하시고 선물로 주신 짝이다 보니, 까다롭게 고르지 않아도 나에게 가장 합당한 짝을 주신 것 같다. 지금도 아버지와 남편은 내가 신앙생활, 교회생활 하는 데 든든한 후원자로서 주님을 기쁘게 섬길 수 있도록 말없이 배려해 주고 있다. 감사할 뿐이다.

 

목자로의 부르심, 그리고 은혜
아들을 낳고 몇 년 뒤 나에게도 목자의 직분이 주어졌다. 아이도 어리고 부담도 되고 여러 가지로 피하고 싶은 자리였지만, 하나님께서 맡겨 주신 직분이라는 마음에 겸손히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반대와 핍박 속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환경이 허락할 때 불평하지 않고 그저 감사함으로 섬기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둥지 예배를 어떻게 인도할지 고민하면서 주님의 도우심만을 의지하며 시작했다. 그랬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경험을 의지하며 내가 가진 지식으로 둥지 모임을 인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예배 인도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졌지만, 그것 또한 주님의 은혜임을 깨닫고 항상 겸손함으로 주님을 의지하며 소그룹을 인도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둥지 예배 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것은 목자 모임에서 내가 먼저 은혜 받기 위해 기도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은혜 없이 먹은 양식으로 둥지 예배를 인도하지 않기 위해, 전해 주시는 말씀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 귀 기울이며 받은 은혜를 써내려 간다. 목사님으로부터 받은 말씀을 다 전하기에 부족한 점은 많지만 한 사람이라도 말씀에 은혜 받고 가기를, 마음의 아픔이 치유받고 가기를, 근심, 걱정,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가기를 기도하면서 받은 말씀을 전한다.
말씀의 영적 양식도 중요하지만 그다음으로 중요하게 신경 쓰는 것은 육적 양식이다. 거창하게 차리는 음식은 아니지만, 정성을 다해 준비한 식탁으로 교제의 떡을 나누려 노력한다. 말씀뿐 아니라 음식을 준비한다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고 힘들지만, 먹으면서 함께 나누는 즐거움은 둥지 식구들에게 큰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음식이 부족할 때에도 주위 분들이나 둥지 식구들을 통해 풍성히 채워 주시는 주님의 은혜를 체험할 때가 많다.
이렇게 교제 속에서 친분이 쌓이다 보면 헤어지는 시간이 그렇게 달갑지는 않다. 그럴 때일수록 마무리를 지혜롭게 할 수 있는 노하우가 필요할 것이다. 둥지마다 특색이 있고 환경은 다르지만, 우리 둥지에서 마무리하는 방법이 다른 분들에게 참고가 됐으면 한다.

 

1. 둥지 식구를 교회의 일원으로 세우기
한 학기 혹은 1년 동안 서로의 나눔을 통해 끈끈한 정이 쌓일 때쯤, 방학으로 잠시 헤어지거나 둥지가 나눠질 때가 되면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 둥지 모임에서 많은 위로와 은혜를 받았다면 더 그럴 것이다. 그러나 둥지 모임에 잘 적응했다면 교회의 새로운 그룹으로 인도함이 필요할 때다.
교회 온 지 얼마 안 된 새 식구라면 성경공부와 같은 훈련 모임으로, 오랜 신앙과 훈련으로 준비는 돼 있지만 교회에 잘 소속되지 못한 식구는 봉사할 수 있는 자리를 권함으로써 본인이 교회의 일원임을 일깨우고, 새로운 소그룹으로 관계를 넓혀 나가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교회에 대한 소속감도 높아질 것이고, 교회에서 다른 식구들과의 새로운 관계도 형성될 것이다. 그리고 목자는 새로운 목자로 세울 수 있는 분을 유심히 관찰해 새로운 둥지를 배가시킬 수 있도록 준비하면 좋을 것이다. 

 

2. 돌아보는 시간 가지기
방학 전이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면, 그동안 있었던 은혜와 이뤄진 기도제목들을 나누며 정리하면 좋을 듯하다. 또한, 모임을 통해 좋았던 것이나 고쳤으면 하는 일들을 나누며,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고 마무리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이 시간이 목자에게는 1년을 돌아보는 평가의 시간이자, 다음 모임에서 보완하고 고쳐나가야 할 점들을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둥지 식구들은 그동안 서로의 특성을 알게 되고 다른 점을 알게 되다 보니 서로의 다른 점을 비평할 거리도 많아질 수 있지만, 서로의 다름을 칭찬하고 인정하며 예수님 안에서 하나 돼 화평을 이루면서 마무리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이다.

 

3. 방학 중의 교제, 번개 모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씩 교제를 나누다가 방학에 들어가면, 서로의 안부가 궁금할 때가 있고 그 모임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래서 이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우리 둥지는 번개 모임을 한 번씩 열어 정해지지 않은 어느 날, 어느 시간에 갑자기 그리운 얼굴들을 모아 나눔의 시간을 가진다.
불시에 예기치 않은 만남 속에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과 은혜를 나눔으로써 공백 기간의 서로를 돌아보고 다시금 끈끈한 동역을 되새기곤 한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도 어제 만나고 헤어진 사이처럼 이야기꽃을 피울 때가 많다.

 

4. 마지막은 헤어짐이 아닌 새로운 시작
1년 동안 많은 식구가 불어나 어쩔 수 없이 둥지를 나눠야 할 때가 다가온다. 정이 많이 쌓이다 보니 서로 헤어지기 싫어하고 많이 아쉬워한다. 하지만 정이 많이 쌓인 만큼 공동체에 참여하는 즐거움을 깨달은 분들은 새로운 모임에서도 적응을 잘하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처음에 모임으로 이끌고 소속시키기는 어렵지만, 모임에 빠지지 않고 잘 나오시는 분들은 새로운 모임에서도 잘 적응하시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쩌다 교회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오랫동안 못 본 가족이라도 상봉하는 것처럼 너무나 반갑다. 하지만 온 지 얼마 안 된 새가족이나 성격이 내성적인 분들은 둥지를 나눌 때 친분이 있는 분과 같이 편성해드리는 배려도 있어야 할 것이다.

 

5. 중보 다짐하기
1년 동안 소그룹 나눔을 통해 서로의 기도제목을 공유하다 보면 멀리 있는 가족이나 친척들보다 서로의 가정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또 기도하게 된다.
잠시 헤어지더라도 못 보는 동안 서로를 위해 중보기도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다짐하며 소그룹 모임을 마무리 짓는다. 방학 중에도 서로의 급한 기도제목들을 카페나 카톡방에 올리고 안부를 물으며 인연의 고리를 놓지 않고 유지해야 한다.


6. 한 번 목자는 영원한 목자
방학이라고 목자의 사명이 끝난 것은 아니다. 전화 심방으로 둥지 식구들을 돌아보며 경조사는 없는지, 병원에 입원한 식구는 없는지, 어려움에 빠진 식구는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목자로서 익숙한 둥지를 떠나 새로운 둥지로 가는 일도 생긴다.
모임이 없는 곳에 새로운 모임을 만들고 새로운 식구들을 알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둥지를 잘 세워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전 둥지에 있던 식구들의 근황도 돌아보는 여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목자를 위로하는 하나님의 손길
목자는 양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하지만 그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예수님처럼 든든한 목자가 되지 못하다 보니 가정사에 어려움이 닥치면 목자로서의 사명을 놓고 싶을 때가 많다. 하지만 그때마다 위로할 자를 붙여 주시며 오히려 불평치 못하게 하시고,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평강과 위로를 주시는 은혜가 너무나 크다.
양들을 위로하는 자리에 있다 보면 어느 순간 해결될 것 같지 않아 보였던 문제들도 해결해 주심을 보게 된다. 나도 많이 부족하지만, 둥지 식구들을 세우는 데 쓰임 받음이 감사할 따름이다. 더군다나 교회에서 귀한 일꾼으로 서가는 둥지 식구들을 바라보면, 헛되게 보낸 시간이 아님을 느낀다. 앞으로도 불평하지 않고 감사함으로 이 자리를 지키며 사명 감당할 수 있도록 주님의 도우심을 구한다.

 

 


전미영 권사는 부산 산성교회의 초기 멤버인 전학영 장로의 딸로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산성교회를 떠난 적이 없다. 10년 동안 목자로 섬기며, 교회 일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성도다. 올해 최연소 권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