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행전

2011년 03월

KBS <아침마당> MC 김재원 아나운서

전도행전 우은진 기자

"작은 제자가 되어 언어 사역의 준비된 그릇이 되겠습니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다. 그리고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라(요 1:1)고 하셨다. 이렇듯 말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영역이다. 바로 이러한 말을 직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KBS <아침마당> 진행자 김재원 아나운서(사랑의교회 집사, 45세)는 하나님의 창조 사역의 도구이자, 예수님의 치유 사역, 전파 사역의 도구인 말씀을 가지고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을 하고 있음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10년 사랑의교회 제자훈련을 통해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이 ‘언어를 통한 사역’임을 어슴푸레 느끼기 시작했다. 날씨가 쌀쌀한 어느 날, 추운 바깥에서 교통봉사 사역을 막 마친 김재원 집사를 만나 ‘작은 제자’의 삶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영적 갈급함, 제자훈련 하는 교회를 찾다

한국 교회의 청년 부흥기라고 할 수 있는 1980년대 후반 대학 시절을 보낸 김재원 집사. 그는 청년 부흥의 길목에서 성경통독, 무 교회 지역 아웃리치, 해외 단기선교 등에 첫발을 내딛으며 평신도 사역자로서의 삶을 다짐했었다. 
그러나 방송국이라는 바쁜 직장생활과 30대 가장의 삶은 그가 평신도 사역자로서 살아가기에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바쁜 직장생활과 습관이 되어 버린 교회 봉사는 영적 갈급함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7년 전 영적 갈급함을 해갈하기 위해 그가 자발적으로 찾아온 곳이 바로 사랑의교회였다. 
사랑의교회로 오기 전에 그는 크지 않은 교회에서 온갖 봉사의 틀 안에 갇혀 지냈었는데, 막상 큰 교회에 오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어 익명의 교인으로 누리는 신앙생활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곧 사랑의교회 특별새벽부흥회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받았다.  
“두 번째 특새 때, 오정현 목사님께서 ‘남성의 날’을 선포하신 적이 있습니다. 본당에 남성들만 들어오게 한 것이지요. 과연 본당이 다 찰 수 있을까 싶었지만 당일이 되니 어디 숨어 있었는지, 남성 성도들이 본당을 가득 메우고 손을 올리며 중저음으로 찬양을 드리는 겁니다. 온몸에 전율이 올랐습니다. 어려서부터 여성 중심의 교회 문화 속에서 자매들의 기에 살짝 눌려 있었는데, 교회에서 남성의 힘과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그들의 예수사랑이 얼마나 뜨거운지 느낄 수 있었던 예배였습니다.”
그 후 그는 사랑의교회에서 예배의 기쁨을 회복했고, 말씀과 찬양, 기도가 어우러진 천국 예배 속에서 매주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러한 기쁨이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 직장에서 <6시 내 고향>, <아침마당 토요이벤트> 진행자로 활약하던 즈음, 그는 10년 직장생활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휴직을 하고 캐나다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은 그가 삶의 재충전을 위해 선택한 것이다. 그는 그곳에서 3년간 고정적인 수입 없이 온갖 육체노동과 공부를 병행하며 광야 학교의 기쁨을 누렸다고 한다. 더욱이 틈틈이 찾은 지인 선교사들의 해외 사역지 탐방과 현지 교회 단기선교 등은 청년 시절 평신도 사역자의 꿈을 다시 한 번 생각나게 했다. 결국 그는 귀국 후 제자훈련을 결심하고, 1년여의 양육 과정을 거쳐 2010년 제자훈련을 받았다.

제자훈련, 처음 가는 길을 함께 걷다

그는 1년 동안 제자훈련을 받으면서 ‘교회는 이렇게 다니는 것이었구나’라는 깨달음과 도전을 받았다. 물론 마흔이 넘은 나이에 직장생활을 하며 안 하던 훈련을 받으니 처음에는 힘들긴 했지만, 갈수록 체험하게 된 작은 제자로서의 기쁨과 제자훈련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행복했다. 힘들지만 행복을 느끼는 그 미묘한 감정을 마치 엄마가 아이를 낳아 힘들게 키우면서 느끼게 되는 행복감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가 제자훈련을 받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점차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었다. 
“악하고 추하고 게으르고 약하디 약한 저의 모습을 알아가는 것이 참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훈련을 받으면서 그런 모습들이 하나둘 십자가 앞에 버려지고, 점차 작은 제자의 모습으로 바뀐다는 기쁨에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물리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시간 내기’이었다. 개인적으로 해야 하는 제자훈련 과제물이야 틈틈이 시간을 쪼개고 밤을 새워서라도 하면 되지만 방송 일의 특수성 때문에 토요일 오전에 실시되는 제자훈련 모임시간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훈련을 받던 2010년은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았었죠. 동계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에 돌아가신 분들의 추모특집도 많았고, 천안함 사고나 연평도 포격사건 등이 있을 때마다 특집방송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제자훈련 시간에 생방송이 잡힐 때는 제자반 전체가 모임시간을 변경해 주었습니다. 결국 제자반 형제 집사님들 덕분에 결석 없이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다른 훈련생들의 희생과 양보가 아니었다면 끝까지 제자훈련을 마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동기 훈련생들에 대한 미안함과 애정을 드러낸다.

말로 덕을 세우는 삶을 살기로 하다

그는 자신이 제자훈련을 받으며 가장 변화된 모습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 말에 덕을 세우며 살아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제자훈련 교재 2권 중 ‘말의 덕을 세우는 사람’이라는 부분을 공부할 때는 아나운서지만 정작 실제 삶 속에서 말의 덕을 세우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회개했다.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면서 어쩔 수 없이 사람에 대한 평가나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많이 노출되다 보니 말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무심코 던지는 언어 부주의는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런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아픔과 상처를 주는 죄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훈련을 통해 깨달은 것이다.
더욱이 그런 말은 그 자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예외 없이 해당됨을 알게 되었다. 직장이나 가정, 심지어 교회 안에서조차 긍정과 격려, 나눔과 사랑의 말보다는 부정과 비난, 비판과 불평의 말을 더 많이 하며 서로 상처받고 있다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그는 제자훈련을 받으면서 <언어일지>를 쓴 적이 있다. 자신이 하루 동안 사용한 모든 언어를 기록해 긍정과 부정의 언어로 분류하고, 자신의 언어 행태를 분석한 것이다. 그는 <언어일지>를 보면서 자신이 이런 행동을 하고 있구나, 말로써 이렇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방송프로그램에서 나타나는 정제된 언어의 모습과 실생활에서 나타나는 그의 언어생활 사이에 간격이 컸던 것이다. 결국 그는 매일 순간마다 자신의 언행을 감독하며, <아침마당>을 진행하는 마음으로 실제 자신의 삶도 말의 덕을 세우며 살도록 노력하게 되었다.
“하나님은 말로 창조 사역을 하셨고, 예수님은 말로 치유 사역과 전파 사역을 하셨죠. 말은 하나님의 본체이자 신성한 도구입니다. 이런 언어를 함부로 사용한다는 것은 하나님을 부인하는 것 다음 가는 죄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는 작은 제자로서 이 세상을 언어의 청정지대로 만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언어는 세상을 치유하는 긍정의 도구로 사용해야 하는 겁니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지 불통의 도구가 아니거든요.”

새로운 형제들을 얻다

또 하나 제자훈련을 받으며 그가 얻은 소중한 것이 있다. 부모님께서 일찍 소천하시고, 형제자매가 없는 그에게 12명의 제자반 동기들이 나눠준 형제애는 각별했다. 매 시간마다 자신의 삶을 나누며 고민을 이야기하고 기도를 부탁하던 12명의 처음 만난 동기생들은 1년 동안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친형제들과 같이 되었다.
“훈련받기 전에 주변에서 제자훈련을 함께 받은 12명의 친분이 평생 간다는 말을 들을 때만 해도 설마 했었습니다. 40, 50대 처음 만난 남자들이 몇 달 만에 그렇게 가까워질 수 있을까 의심했지만 그게 아니더군요. 술, 담배 안 하는 40, 50대 남자 열두 명이 모이면 세상이 바뀐다더니 정말 대단합니다.” 
마지막 제자반 수업, 그토록 아쉬워하며 눈물을 비추던 제자반 형제들 사이에서 그는 사랑의교회의 원동력을 느꼈다고 한다. 30여 년간 제자훈련을 진행하면서 맺어진 수백 개의 이런 소그룹 모임이야말로 대형 교회가 소홀하기 쉬운 친교의 부족함을 메우고, 더 나아가 평신도 사역의 든든한 밑받침이 되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마지막 날 한 마디씩 나누는데, 어떤 집사님이 ‘우리 집에 쌀이 떨어졌습니다. 우리 아들이 집을 나가 안 들어옵니다. 이런 부끄러운 기도제목까지 나눌 수 있는 형제들이 생겨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눈물을 비추시더군요. 모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정말 삶의 마지막까지 함께하며 서로 힘이 되어 줄 형제들을 새로 얻은 것입니다. 저도 모두들 건강하셔서 제 장례식에 놀러 오시라며 마무리를 했습니다. 동시에 귀한 목자를 만나 일 년여 동안 양육 받으며 영적인 아버지이자 내 삶의 멘토를 얻었다는 것 또한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쓰임 받기 위해 준비된 도구가 되기로 하다

제자훈련은 그에게 교회는 어떻게 다녀야 하고, 신앙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길을 알려준 나침반과 같다며 평소에도 설교를 요약하고,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생활숙제들도 진즉 실천하며 살아야 했던 것들이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비록 제자훈련은 끝났지만, 삶 속에서 작은 예수로 살고자 노력하는 진짜 제자로서의 출발은 이제부터라고 말한다.
올해 그는 사역훈련을 받는다. 사역훈련은 21명이 한 배를 타고 1년간 평신도 사역자가 되기 위해 받는 훈련이기 때문에 주님이 사역훈련에도 또 다른 은혜를 부어주실 것을 기대하고 있다.
“어떤 비전을 갖고 하나의 사역을 준비하는 데는 한 1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모든 일에 굼뜬 편입니다. 제가 아나운서가 된 지 이제 16년이 넘었으니 아마 슬슬 저를 아나운서로 시키신 하나님의 이유가 드러날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충분히 훈련되지는 않았지만 올해 사역훈련을 통해 잘 영글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꿈을 묻는 질문에 그는 하얀 스케치북을 준비하겠다고 답한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신 크레파스든 물감이든 연필이든 파스텔이든 하나님께서 그림 그리시는 데 필요한 도구는 충분히 준비해 놓겠다고 답했다. 그는 하나님이 자신을 만드시고 가장 잘 아시는 분이시니, 하나님께서 때에 맞게 시키실 일이 있으실 것 같다고 덧붙인다. 그는 그때를 위해 자신이 좀 더 다듬어지고 준비되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그는 로마서 12장 1절 말씀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그가 앞으로 삶의 현장에서 드리게 될 예배를 기대해 본다.                                                            <우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