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행전 안소영 기자
사실 제자훈련에서 독서과제란 꽤나 부담스러운 존재다. 책 한 권을 한 자리에서 끝내기도 쉽지 않은데, 제대로 소화해내기까지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독서과제가 훈련에 꼬박꼬박 들어가는 이유는 훈련을 풍성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배운 지식을 견고하게 만들고, 때로는 또 다른 시각을 열어주며, 때로는 마음에 뜨거움을 일으키는 것. 그것이 독서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번에는 책 안에 숨겨놓은 훈련생들의 은혜들을 꺼내보았다.
상처를 넘어 위로자로 서다
_ 새사랑교회 김혜경 집사
고난과 고통은 참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그러나 이 아픔을 딛고 섰을 때, 상처는 별이 된다. 김혜경 집사가 그 진리를 깨달은 것은 『고통에는 뜻이 있다』라는 책을 읽으면서였다. 당시 김혜경 집사가 굉장히 힘든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름의 쌓인 아픔을 갖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정치하시느라 생활에 무능력하셨다.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보다 명예를 좇느라 바빴고, 어머니는 그런 남편에 대한 원망이 컸다. 그 원망은 자식들에게도 향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믿는 가정으로 시집을 왔지만,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남편은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데 반해, 수동적이었던 김 집사는 점차 남편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눌리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신앙적으로도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받게 된 제자훈련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숙제로 주어진 것이 『고통에는 뜻이 있다』 독서과제였다.
제목부터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단숨에 읽어 내려가면서, 그는 깨달았다. 고난을 통하여 하나님의 자녀로서 인격이 성장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고난은 훈련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 모든 과정들 역시 뜻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님은 그에게 특별히 고통당하는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눈과 마음을 주셨다. 우는 자와 함께 같은 마음으로 울고, 작지만 위로자가 되는 것이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아파하지 않는다. 대신에 감사한다. 그래서일까. 이제 남편과도 서로의 연약한 부분을 내놓고 다듬는 아름다운 관계로 변화했다.
신앙은 지식이 아닌 삶임을 깨닫다
_ 전주북부교회 정명환 집사
정명환 집사가 제자훈련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됐을 때다. 목사님이 함께 읽고 나누자며 책 몇 권을 갖고 왔다. 에릭 사우어의 『세계구속의 여명』,『십자가의 승리』,『영원에서 영원까지』. 슬쩍 들춰보니 신학적인 용어도 드문드문 보이는 것이 꽤나 어려워보였다.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슬쩍 들었다. 그래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정 집사는 책 속에서 크리스천은 삶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강한 충격을 받는다. 그는 성경적 지식이 신앙이라 생각했다. 사실 제자훈련을 시작한 것도 제자훈련을 통해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신앙은 삶의 전 영역에서 균형 있게 이뤄져야 했다. 제자훈련 역시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것이다. 그동안 자신의 시각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또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달았다.
그 뒤로 제자훈련을 대하는 태도를 비롯해 신앙생활이 달라졌다. 믿음의 자세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또 독선적인 주장이나 생각을 하지 않게 됐다. 내가 가진 것이 옳다는 확고했던 생각이 이 책을 통해 균열이 생겼고, 제자훈련을 통해 철저하게 깨졌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교제를 할 때도 존중하며 집중했다. 아내와의 대화도 마찬가지였다. 작은 이야기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고 집중해서 들었다. 무조건 성경을 많이 아는 것에 욕심을 가졌던 그가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그 믿음을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가슴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앤드류 머레이와 스펄전, 토저의 저서와 같은 고전을 많이 읽고 있는 요즘, 그는 책보다 책 안에 있는 복음이 좋다.
나를 자녀처럼 안아주시는 하나님을 만나다
_ 은항교회 김준희 집사
김준희 집사가 둘째 아이를 임신한 것은 제자훈련을 받은 지 3개월쯤 지나서였다. 유산을 한 아픔이 있었던 그가 하나님 안에서 평안을 누리고 싶어 시작한 것이 제자훈련이었다. 그런데 덜컥 임신이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임신 때문에 몸이 힘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첫째 아이도 만 3세가 안 된 상황이라 훈련의 과정을 밟는다는 것이 꽤나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힘들기 때문에 말씀을 더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란다. 그랬더니 감사할 조건이 생겼다. 임신을 하니 새벽에 자주 깼는데, 오히려 그 시간이 하나님과 교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 되었다. 아이의 울음도 세상의 소리도 잠잠한 고요한 새벽, 기도하며, 말씀 보며, 책을 읽는 삶이 시작됐다.
그때 읽었던 책 중에 『안아주심』이 있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읽으면서 기도하고 싶으면 한 귀퉁이에 기도를 적고, 깨달음이 있으면 깨달음을 적었다. 이렇게 ‘안아주심’을 읽으며 묵상하는데 어느 순간 아이를 놓칠세라 꽉 안고 있는 부모의 마음이 떠올랐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런 하나님이시구나! 내가 엄마로서 아이들을 꼭 안고 있듯이, 다칠세라 틈도 주시지 않고 나를 꽉 안고 계신 하나님. 이토록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멀리하고 있었던 자신의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직장생활을 한다는 이유로 신앙의 것들을 놓고 세상적인 책들에 파묻혀 지냈던 날들도 떠올랐다. 그 새벽, 그동안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에 애통해하면서도, 또 그런 자신을 끝까지 안아주심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 뒤 임신 중에 쌍둥이 중 한 아이를 유산하는 아픔도 있었지만, 그는 그 모든 순간에도 하나님의 사랑을 참 많이 받고, 하나님과 가까이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
나의 또 다른 훈련생 동기가 된 책
_ 양산제자교회 지민자 집사
『아프지도 말고 죽지도 말자』. 지민자 집사에게 이 책 제목은 참 강렬했다. 사명과 같기도 하고, 하나님 앞에서 어떤 자세로 서야할 지 고민하게 한다고나 할까.
책을 가만히 읽다 보니 지민자 집사 자신처럼 제자훈련을 받은 사람이 훈련 기간 동안 경험한 일들을 일기로 엮어놓은 것이었다. 한참 훈련을 받고 있던 중이라 그런지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주인공이 자신의 자아를 하나님께 내어놓고, 스스로 하나님의 편에 서기를 결단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감동스러웠는지 모른다. 나도 이렇게 변화하게 될 것이라는 소망도 생겼다.
주인공이 아내의 발을 씻기면서 참 마음이 뭉클하고 아내가 귀하게 여겨졌다는 내용을 읽을 때였다. 그 역시 자신의 남편의 발을 씻기는 생활숙제가 있었다. 남편의 발을 씻기는데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한 감동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남편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사람이라는 것이 마음속 깊이 와 닿았다.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겼을 때 심정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 주인공 역시 이런 마음이구나’라는 생각에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가끔은 도전을 주기도 했다. 주인공이 생활숙제를 하면서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라는 질문을 매순간 던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자연스레 지 집사의 생각에도 그 질문이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삶의 순간마다 하나님의 마음을 더 잘 알 것 같았다. 때로는 주인공과 같은 상황인데도, 느끼는 감정과 행한 행동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에 신기해하기도 했다. 그렇게 어느 새 이 책은 그의 또 다른 제자훈련 동기생이 되어 있었다. 제자훈련이 끝나갈 때쯤 그는 깨달았다. 오랜 신앙을 했지만 남아있던 자신의 옛 자아가 많이 깨어지고 있었다. 성품도 더 부드러워지고 가치관도 바뀌었다. 그가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소망했던 변화가 어느 새 자신에게도 나타나고 있었다.
<안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