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CK
전도행전 안종천 집사 _ 사랑의교회
INTRO
유난히 삶의 고민이 많았던 사월 오일, 하루 종일 침묵한다. 침묵할 수 있음이 얼마나 큰 은혜인가? 오십오층에서 아래를 내려본다. 호젓한 밤이지만 불빛만큼은 아름답다. 높은 곳에 오르면 늘 날고 싶다. 밤공기가 부드럽다. 다소에 가고 싶다. 일체의 자족을 깨우친 삶을 살고 싶다. 디아코니아, 코이노니아.
나는 과연 자유로운가? 들판을 가르는 바람처럼 그러한가? 모든 것을 놓을 수 있는가? 다시 짊어지지 않을 수 있는가? 바위의 그림자인가? 새의 그림자인가? 가고 아니 올 수 있는가? 아! 그러나 그리움은 왜인가? 나무 심는 날. 난 나를 옮긴다. 심지 못하고….
ENDING
난 사실 헤매고 있었다. 무엇인가 많은 과제물을 받고 돌아오는 아이처럼, 아니 마침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모르는 수험생마냥, 아니 산해진미를 앞에 놓고 무엇부터 먹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처럼? 다소 멍한 상태로 세월을 달구고 있었다. 누군가가 정의해 놓은 무덤덤한 주해를 앞에 놓고, 흡사 성이 안 찬 번역서를 대하듯 헐렁한 느낌으로 지내고 있었다.
제자훈련
살면서 완벽하게 일치되는 기분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날 위해 준비된 것 같은 조우(遭遇)를 한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아주 주도면밀하게 차려진 풀코스의 밥상을 받고 적당한 시장기와 기분 좋은 서빙 속에 순서에 입각해 망설임 없이 하나도 남김없이 먹어 치우듯,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완벽히 전곡을 연주하고 난 초연의 연주자처럼 구름 위를 나는 듯한 쾌감을 동반한 웅비감을 맛본다. 그것은 바로 올해 받은 ‘제자훈련’이다.
신실한 목자의 말대로 내게는 신앙과 관련된 많은 질문들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내게 구체적인 답을 주지는 못했다. 구체적인 답을 알지 못했기에 내 신앙은 늘 삶과 괴리되어 추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추상적인 믿음으로는 내 삶이 변화될 수 없었다. 제자훈련은 구체적으로 나에게 삶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해한다는 것과 안다는 것, 믿는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 세계를 향한 시각의 변화를 가져왔다.
생의 하프타임에서 주님을 만난 것이 삶의 가장 큰 축복이라면, 이번 제자훈련을 통해 이런 신실한 형제들과 1년간 동행할 수 있음도 주님이 예비하신 커다란 선물임을 부인할 수 없다. 물속에 들어간다고 누구나 물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다메섹 도상에서 주님을 만난 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다소에서의 10년 후, 바울은 비로소 하나님의 사람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신실한 사도로 일어선 것이다.
내 청춘의 끈질긴 화두였던 자유의 문제는 그렇게 해결되었다. 주님의 구속에서 돌아온 그 말할 수 없는 평안 속의 자유함을 느끼게 됐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피어난 들풀처럼 나를 평안의 언덕으로 인도하시는 주의 손길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