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행전

2005년 01월

“우리는 교회 개척이 두렵지 않습니다”

전도행전 우은진 기자

총신·합신 신대원 제자훈련 동아리 모임

 

요즘 한국 교회는 종종 미래를 논한다. 한국 교회가 어쩌면 유럽의 교회처럼 화석화될지도 모른다며 우려를 표한다. 교회 성장의 템포가 끊기고 정체에 들어서자 너도나도 한국 교회의 미래가 어둡다고 호들갑이다. 해마다 신학교와 신대원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신학생과 신대원생들의 수도 요즘 청년실업문제와 겹쳐지면서 우울하게 만든다.
그러나 열정에 찬 대화를 나누는 20여 명의 젊은이들을 만나면서 그런 우려는 금세 밝은 희망으로 바꿨다. 그들은 바로 총신과 합신 신대원 제자훈련 동아리 모임에 참가하고 있는 젊은 신대원 전도사들이다. 그들의 눈빛에서 한국 교회의 미래를 향한 힘찬 희망의 두레박이 길어 올려지고 있음을 느껴졌다. 왜일까? 그것은 10년 후 한국 교회의 주역이 될 그들이 목회의 본질인 제자훈련을 만나서 현재 씨름중이기 때문이다.


목회에 대해 고민하던 신대원생들이 자원해 결성하다
두 신학대학원에 다니는 20여 명의 신대원생들이 제자훈련을 만나게 된 사연은 제각기 다르다. 그러나 그들은 한결같이 이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신대원에서 ‘제자훈련 동아리 모임’에 대한 움직임은 먼저 합신 신대원에서 2003년 8월부터 시작됐다. 아는 선배를 통해 네비게이토선교회의 제자훈련을 접한 후, 평소 옥한흠 목사의 『평깨』를 읽고 제자훈련에 목말라 했던 합신 신대원 2학년 고상섭 전도사에 의해 합신 제자훈련 모임이 처음으로 꾸려졌다.
고 전도사는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썼던 신대원생들에게 “제자훈련 한번 연구해 보지 않겠냐?”라고 제안했다. 그때 이주형, 경태수 전도사가 같은 비전을 갖게 됐고, 이후 제자훈련에 관심 있는 이들을 계속 모았다. 당시 합신 신대원 1, 2, 3학년이던 이성훈, 이상용, 이윤희, 김대호, 정혜정 전도사 등이 합세하면서 총 10명이 합신 신대원 제자훈련 동아리 모임에 참여하게 됐다. 고상섭 전도사는 “신대원 안에는 목회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이들은 바른 목회의 길로 가기 위해 현재 제자훈련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신 신대원의 경우는 신대원 2학년 주성진 전도사가 모임의 중심이 됐다. CAL세미나에 참석했던 선교사 출신 장인, 장모의 권유로 세미나 테이프와 『평깨』를 접하자마자 그는 “당장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에 국제제자훈련원으로 달려갔다. 합신 신대원에 좋은 모임이 있으니 총신도 제자훈련 모임을 만들어 보라는 권유를 들은 그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평소 목회에 대해 고민하던 1학년생들 중, 유심히 봐 두었던 문진호, 지원만, 허재호, 김태훈, 김시진, 김민규, 김성래, 장명철 전도사 등 8명과 함께 2004년 4월 총신 신대원 제자훈련 동아리모임을 시작했다. 총신 모임은 울산교회에서 열린 ‘40일 캠페인’에 참가했던 대구 출신 신대원생 4명이 서울 모임에 합세하면서 더 탄력을 받게 됐다.
총신 신대원 모임은 그들 스스로 “VIP모임”이라고 부른다. 제자훈련 목회의 비전(Vision)을 갖고, 성실(Integrity)과 열정(Passion)을 다하는 모임이라는 뜻에서다. 주성진 전도사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상황에 맞게끔 퍼즐을 맞추듯 상황을 맞춰 주셨다”며 “먼저 시작해 시행착오를 겪은 합신 제자훈련 모임으로부터 많은 도전과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제자훈련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목회의 본질이다
두 신대원 제자훈련 동아리모임은 매주 월요일 국제제자훈련원 은보도서관에서 진행된다. 3년의 커리큘럼으로 진행되는 이 모임은 벌써 『평깨』, 『플라밍고 로드 교회 이야기』, 『새들백교회 이야기』, 『윌로크릭교회 소그룹 이야기』,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등의 책을 공부했다.
또한 선교현장에서 필요한 제자훈련, 네트워크 사역, 제자훈련 전 양육체계, 교회 재활성화, 목적이 이끄는 삶, 영적 리더십, 로마서 설교 비교, 교회를 세우는 리더십 등의 주제별 공부를 했으며, 몇 개의 제자훈련 모델교회도 탐방했다. 기본적으로는 국제제자훈련원 스태프들이 돌아가며 모임을 인도하고, 자체적으로 예습을 해 와서 나누고 있다.
인천 항도교회에서 5년 전부터 담임전도사로 사역하고 있는 합신 이윤희 전도사는 5년 동안 목회를 하다가 한계를 느껴 휴학도 했는데, 이 모임에 참여하며 복학했다. 이 전도사는 “처음에는 제자훈련이 여러 가지 목회방법들 중에 선택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는데,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시작해 교인들이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목회가 즐겁고 제자훈련이야말로 목회의 본질임을 확신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양쪽 모임의 유일한 홍일점인 합신 정혜정 전도사도 선교단체 출신이라 교회사역에 대한 노하우가 없었다고 한다. 모임에 합류해 제자훈련을 공부할 때도 초기에는 목회철학을 보지 못해 내적인 충돌이 있었지만, 이제는 성경적 근거로 인해 제자훈련이 목회의 본질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같이 신대원생들 중에는 “처음에는 교회에 대한 기존 생각을 깨기가 힘들었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적잖다. 신대원생만 되어도 이미 목회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어서 그걸 깨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총신 김시진 전도사 역시 군대 가기 전 네비게이토선교회에서 제자훈련을 받았지만, 그때까지도 제자훈련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만 생각했다. 주일학교를 섬기며 이벤트에 대한 달란트가 많았는데, 제자훈련을 공부하면서 사람을 세우는 제자훈련이 사역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총신 김태훈 전도사는 “개인적으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해도 무너지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제자훈련을 통해 변화된 평신도들의 경우 튼튼하게 교회와 세상에서 서 가는 것을 보며 목회관과 교회관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목회에 자신감을 갖고 목회 청사진을 그리게 되다
총신과 합신 신대원생들은 제자훈련 모임을 진행하면서 목회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고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을 가장 큰 은혜라고 고백한다. 현재 신대원생들은 선교 목회를 할 것인가 아니면 지역 목회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하는데, 그중에는 분명한 목회 철학 없이 이 교회 저 교회 옮겨 다니는 이들도 적잖다. 신대원생들 중에 큰 교회 부목사로 가는 것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고, 아예 교회 개척은 꺼리는 경향이 짙다.
신대원 3학년만 되면, 중대형 교회 전임사역자로 가는 사람을 드러내놓고 부러워하기도 한다. 현재 두 가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신대원생들도 많고, 목회 진로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진 이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총신의 경우 60%가 전임, 40%가 선교나 NGO 단체로 눈길을 돌리는데, 다른 교단의 신대원생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다만, 합신의 경우는 신학교의 성격상 졸업 후 선교 아니면 교회 개척 비율이 높다고 한다. 단, 교회 개척도 신도시 개척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두 신대원 제자훈련 모임 신대원생들은 제자훈련에 대해 공부하면서 교회 개척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됐으며, 분명한 목회 철학을 갖게 됨으로써 목회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한 사람을 붙잡고 제자훈련 한 길만 붙잡으면, 목회의 진정한 성공 토대가 마련되기에 더 이상 목회가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하나님께서는 준비된 사람을 쓰신다는 것을 명심하고, 제자훈련 공부에 집중할 뿐이라는 것이다.
 
총신의 김민규 전도사는 “제자훈련을 하면서 의존하지 않는 독립심을 얻게 된 것이 가장 큰 자산이다”고 강조했다. 하나님 앞에 자신감을 가지고 바로 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총신의 문진호 전도사는 “처음에는 교회 청년부를 섬기는 데 좋겠다 싶어 참여했으나, 공부할수록 기존 목회는 기저귀 목회이며 제자훈련이야말로 목회의 본질임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졸업 후 모로코 선교사로 나갈 계획인 합신 이주형 전도사는 “모임을 통해 선교지에서 선교사로 살아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목회자의 자세에 대해 깨닫게 됐다”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합신 김대호 전도사도 “한 사람, 소수에 집중하는 제자훈련을 알게 된 이후, 교회의 초등학교 2, 3학년들을 대상으로 제자훈련을 하고 있는데 어린아이들도 말씀이 들어가니 변화됐다”고 소개했다. 즉, 제자훈련을 통해 목회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양쪽 모임 다 지방에서 매주 올라오는 신대원생들까지 있을 만큼 참석자들의 열의가 대단하다. 매주 진주에서 올라오는 총신 허재호 전도사는 “신학생은 왜 CAL세미나에 참석할 수 없냐고 국제제자훈련원 홈페이지에 항의하기도 했다”며 “교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건강해야 교회가 건강해지며, 다른 사람보다 나 자신이 예수의 제자가 돼야 하기에 진주에서 올라오는 영적 싸움에서 매번 승리하고 있다”고 웃음 짓는다. 김태훈 전도사는 “공부할 시간도 빠듯하고 몸도 피곤하지만 대구에서 올라와 제자훈련을 공부하면서 ‘이것이 목회 본질이구나’ 하는 것을 절실히 느끼기에 마음이 부자가 된 기분”이라며 뿌듯해 했다.

 

타 신대원에도 제자훈련 모임 탄생 위해 기도하다
총신과 합신 신대원생들은 ‘제자훈련’이라는 한 우물을 파게 된 서로를 보며 앞으로 같이 사역하게 될 든든한 동역자들을 얻게 됐다고 흐뭇해 했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이 총신과 합신 신대원에서 이제 겨우 물꼬를 텄으니, 제2, 제3의 신대원 제자훈련 모임이 만들어져 신학생 때부터 목회 비전을 세워 나가는 역할을 감당하길 기도한다.
이를 위해 합신은 이미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주 목요일 2기생들이 13명 정도 모이고 있고, 올해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3기 제자훈련 모임을 또 만들 계획이다. 총신은 2기를 공개적으로 모집할 예정인데, 오는 2월에는 신입생, 3월에는 2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제자훈련 모임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한 2기 제자훈련 모임의 리더는 1기생들이 돌아가며 맡을 계획이다. 
두 신대원의 학생들은 “우리가 처음 시작했다고 우쭐하지 않을 것이며, 1기생으로서 바른 행보와 열매를 맺어 우리를 지켜봐 주는 이들에게 보답하겠다”며 “개인의 경건생활은 물론, 예수의 제자로서 걸어가는 목회사역에서도 겸손한 본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신의 강태수 전도사는 “하나님께서 나 같은 사람을 통해 교회를 세우시고 또 예수의 제자가 될 사람들을 맡기셨구나 하는 생각에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두 신대원 신대원생들은 “처음에는 ‘언제까지 가려나’ 하고 두고 보시던 국제제자훈련원의 선배 목회자들께서 그동안 잘 인도해 주셔서 오늘까지 오게 됐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1월 3, 4일 이틀간 광림수도원에서 ‘전국 신학생 제자훈련 네트워크’ 수련회를 가진 이들은 앞으로 다른 신대원 내에서도 제자훈련 동아리모임 결성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이미 장신대 신대원에서도 지난해 옥한흠 목사의 장신대 가을사경회를 통해 모임의 씨앗이 뿌려져 앞으로 더 많은 신대원 제자훈련 모임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20년 후 이들이 만들어 나갈 하나님 나라가 기대된다. 서로를 격려하고 보듬어 주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바울과 디모데의 형제애를 보는 듯해, 이들이 목회 주역이 될 한국 교회의 미래가 빨리 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