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행전

2005년 04월

미국 동부 CAL-Net 필라델피아모임

전도행전 우은진 기자

척박한 이민교회 목회, 제자훈련으로 돕는다


한국 교회 내에서 제자훈련은 전국적으로 잔잔하지만 확실하게 불길이 타오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어떨까? 특히 미국 이민사회에서 제자훈련에 대한 관심도와 성과는 어느 정도일까? 이번 호 ‘제자리포트’에서는 미국에서도 가장 목회하기에 척박하다는 미 동부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이민목회를 하는 한인 목회자들이 있어 만나 보았다. 바로 미국 동부 CAL-Net 필라(Phila)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한인 목회자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10여명의 목회자들이 제자훈련 하나만 꽉 붙잡고, 이민목회를 건강하게 만들고자 부심하고 있다. 서로에게 든든한 동역자가 되어 주고 있는 미국 동부 CAL-Net 필라(Phila) 모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대각성전도집회가 ‘CAL-Net 필라모임’ 결성 계기
미국 동부 CAL-Net 필라델피아모임(이하 CAL-Net 필라모임) 은 필라델피아 지역교회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처음에는 20여명의 목회자들이 참여했지만, 현재는 10여명의 목회자가 똘똘 뭉쳐 모임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필라델피아지역 목회자가 10명, 델라웨어지역 목회자가 2명 등 고정 멤버가 3달에 한번씩 교회를 돌아가며 모이고 있다.
이 필라모임이 지금처럼 작지만 큰 힘을 발휘하는 모임으로 성장하기까지는 미주 국제제자훈련원 총무 김홍장 전도사와 이 모임의 리더를 맡고 있는 이정철 목사를 비롯한 10여명의 한인 목회자들이 그 중심에 서 있었기에 가능했다.
먼저 제자교회를 개척해 제자훈련을 하면서 ‘대각성전도집회’를 열려 했던 이정철 목사는 이 집회의 유익을 미주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 때 듣고서 지역교회에 도움을 청했으나, 모두 사랑의교회와는 다른 ‘총동원전도주일’ 정도로 치루는 데 실망했다고 한다. 2003년 자료 수집차 남가주 사랑의교회를 방문했고, 당시 사랑의교회에서 잠시 온 부교역자를 만나 ‘새생명축제’에 대한 노하우를 배웠다. 이후 CAL-Net 필라모임을 만든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김홍장 전도사를 통해 이 집회에 대한 자료를 모두 구입하고, 그 해 9월 체험학교 인도 차 뉴욕을 방문한 국제제자훈련원 스태프들을 만나 많은 조언을 얻었다고 한다.
당시 이 목사는 제자교회에서 ‘새생명축제’를 열었는데, 교인이 40명에도 불구하고 축제에 출석한 교인은 150명이나 됐다고 한다. 이 작은 열매는 곧바로 지역 교회에 ‘대각성전도집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2004년 1월 필라델피아 제자교회에서 54명의 목회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주 캠페인 동부지역 대각성전도집회 세미나 및 목적이 이끄는 40일 설명회’를 개최하게 했다. 바로 이 세미나의 기획 단계에서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김명호 목사와 미주 대표 총무 김홍장 전도사, 이정철 목사 사이에 CAL-Net 필라모임 구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이후 동부 CAL-Net 필라모임이 결성됐다.
현재 활발하게 참여하는 구성원은 이정철(총무, 제자교회), 윤대식(회계, 델라웨어 사랑의교회), 윤상철(양의문교회), 송영재(필라임마누엘교회), 이광영(갈보리한인침례교회), 김철호(영광장로교회), 권종승(필라델피아한인연합교회), 이기섭(브린마일본선교교회), 지용호(알렌타운 참빛교회), 이홍(델라웨어한인침례교회), 정운교(놀스펜은혜장로교회), 고택원(새한장로교회) 목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민목회가 제자훈련 목회를 만나다
CAL-Net 필라모임으로 모이게 된 이민교회 목회자들은 일단 제자훈련에 초점을 맞추고, 서로의 사역을 격려했다. 이민목회가 워낙 어렵고, 힘들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은 환경적 어려움을 딛고, 평신도들의 삶의 변화를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들이 제자훈련을 만나 교회에서 시행하기까지 각자 사연도 가지가지이다.
이정철 목사는 신우회를 통해 옥한흠 목사의 설교 테이프를 들었고, 이후 신학을 하고 도미후 목회를 하다가 1993년에 남가주사랑의교회에서 하는 ‘미주 1기 평신도지도자세미나’에 참석해 광인론에 녹았다고 한다. 이후 분쟁이 심하던 필라델피아성도교회에서 97년 담임목사로 부임해 제자훈련의 뼈아픈 훈련을 쌓고, 2002년 제자교회를 개척해 현재 일주일에 여제자반, 남사역반, 청년 제자반을 즐겁게 인도하고 있다.
또 다른 핵심 멤버중의 하나인 델라웨어 사랑의교회 윤대식 목사 역시 7기로 미주 세미나를 수료했다. 현재 제자훈련을 통해 교인들이 내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교회도 이민교회 규모로는 다소 큰 200여명의 교인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했다. 양의문교회 윤상철 목사는 이민교회 중 제자훈련을 원칙에 입각해 착실하게 잘 진행하고 있는 목회자로 소문나 있다. 이 밖에도 여러 목회자들이 제자훈련을 접하면서 CAL-Net 필라모임에 합류하게 됐다.
현재 이민교회 대부분 자체 교회가 없는 교회들이 많다. 그래서 미국교회를 빌려 예배드리는 교회가 많은데, 제자훈련 장소와 훈련받은 사람의 부족, 그리고 시간적 여건 등을 놓고 합심해 기도하고 있다. CAL-Net 필라모임도 이정철 목사 교회의 한 성도가 자신의 집 3층과 지하실을 제공해서 제자훈련과 CAL-Net필라모임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민교회 훈련생들은 새벽 6시에 직장에 나가 오후 7시에 귀가하기 때문에 집에 들른 사이도 없이 곧바로 교회로 와서 제자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밤늦게까지 제자훈련 받고, 또다시 힘든 이민사회에서 살아가지만 제자훈련이 이들의 삶을 바꿔놓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힘들지만, CAL-Net 필라모임 목회자들은 제자훈련이 이민목회를 살리고 건강한 예수의 제자들을 만드는 지름길임을 확신하고 있다.

최초로 9개 교회가 함께 ‘40일 캠페인’ 연다
CAL-Net 필라모임은 현재 제자훈련을 하고 있는 교회와 중단한 교회에 대한 지원 및 각 교회의 목회 현장에 대한 자료를 서로 나누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점이 있다.
바로 CAL-Net 필라모임 소속 9개 교회가 제자훈련과 병행해서 ‘목적이 이끄는 40일 캠페인’을 준비 하고 있는 것이다. 4월 3일부터 5월 22일까지 9개 교회가 동시에 40일 캠페인을 열 계획인데, 미국에서 9개 교회가 함께 40일 캠페인을 여는 것은 최초라고 한다.
이처럼 9개 교회가 함께 참여하게 된 동기는 2004년 1월 제자교회에서 ‘40일 캠페인’ 설명회를 연적이 있었는데, 바쁜 이민 목회현장에 우선순위가 밀리다보니 자료검토조차 못했던 것이다. 그때 김홍장 전도사의 제안에 따라 1박 2일의 워크숍을 갖게 되었고, 이 기간 동안 릭 워렌 목사의 비디오를 보면서 또 전체 자료를 철저히 훑는 기회를 가졌다.
40일 캠페인 워크숍이후, 9개 교회가 수시로 모여 배너, 플래카드 공동 제작, 공동으로 신문광고, 자료수집을 위해 수시로 모였다. 이들 교회는 교인이 적게는 20여명에서 가장 많게는 약 200여명 정도가 모인다.
윤대식 목사는 “이 캠페인을 통해 목사뿐 아니라, 교인 모두가 ‘왜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를 깨닫고, 주신 은혜를 미주 지역의 작은 교회들에게 알리는 파수꾼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며 “40일 동안 교회가 하나되고 하나님의 은혜를 마음껏 체험할 수 있도록 중보기도를 부탁했다”고 했다.
한편, CAL-Net 필라모임은 최근 뉴욕 효신장로교회에서 한국 국제제자훈련원에서도 소개했던 ‘다시 불길로 타오게 하라’라는 교회 재활성화 컨퍼런스도 같이 듣고 있다.
이정철 목사는 “이민교회에는 작은교회가 많은데, 작은교회에서는 감히 엄두도 못내는 행사를 간절히 원하는 이들이 CAL-Net 필라모임의 이름으로 모여 도전도 받고, 또 제자훈련을 알리는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번 모일 때마다 최신의 좋은 목회 자료를 서로 나누며 격려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이민교회 안에서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제자훈련으로 승부한다
필라델피아 지역은 제자훈련에 대한 열정이 서서히 타오르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남가주 사랑의교회가 있어서 어느 정도 제자훈련이 인근 한인교회에 모델이 되고 있지만, 동부 지역 특히 필라델피아 지역은 ‘마치 고여 있는 물과 같다’고 한다. 이민 년 수가 30년 된 이들이 많고, 교회도 오래 다닌 이들이 많다. 그러나 한국 교회의 70년대 신앙생활에 머물러 있다. 현재 이곳에만 230여개의 교회가 있으며, 교민은 3·4만 명 정도이다. 대부분의 교회가 교인이 20·30명 정도이며, 100명이 넘는 교회는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갑자기 폭설로 인해 예배가 취소되는 경우도 많다. 지난 2월에도 눈이 많이 와서 미국 교회들은 거의 주일예배를 드리지 못했고, 이민 교회도 예배를 드리지 못한 교회들이 많았다. 그러니 새벽예배는 물론, 수요예배를 한국처럼 7시에 드릴 수가 없다. 대부분 8시가 넘어서 드리는 교회들이 많다.
또 많은 교회들이 미국 교회를 빌리거나 상가를 개조해 예배를 드린다. 교인 대부분이 14시간 정도 일을 하니, 9시나 돼야 예배가 시작된다. 그래도 동부 CAL-Net 필라모임 목회자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교회로 제자훈련하러 오는 교인들을 볼 때면, 교회 입구서부터 가슴 벅차고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핑 돌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그때마다 CAL-Net 필라모임 소속 목회자들은 옥한흠 목사님께서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 때 했던 말을 상기하곤 한다. ‘달동네에서 목회를 하는 한 목회자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피곤에 지친 사람들을 데리고 제자훈련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는데 어쩌냐?’는 한 목회자의 질문에 옥한흠 목사가 ‘만일 제가 그곳에서 목회를 한다면 제자훈련을 할 것 같습니까? 하지 않을 것 같습니까?라는 답변에서 힘을 낸다는 것이다.
이정철 목사는 “때로는 아침, 점심도 간단한 샌드위치로 때우고, 하루에 10시간에서 14시간 일을 한 후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저녁에 모여 3시간씩 제자훈련을 하는 목회자들은 정말 죽을 각오가 아니면 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 영혼의 변화 위해 제자훈련을 한다
그래서 어느 교회는 약식으로 주일 오후에 1시간 정도 훈련하다보니, 제자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는 교회들도 많다. 또 육체의 한계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는 교인들도 많다. 이곳에서 제자훈련 할 때, 제일 큰 문제는 교인이 20, 30명 되는 교회가 많다보니 제자훈련을 수료해 놓고 나면, 다시 제자훈련을 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변화되는 기간도 한국 교회보다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가끔씩 열심을 다해 제자훈련을 한 것 같은데, 변화되지 않은 이들을 보면 마음 한켠이 쓰리다고 한다.
그럼에도 CAL-Net 필라모임을 통해 서로 비슷한 환경에서 제자훈련하는 목회자들을 만나 사역을 나눌 때면, 감사하고 다시 용기를 얻는다고 한다. 필라델피아 지역 230여개의 교회 중, 제자훈련지도세미나에 참석한 목회자가 30여명이지만, 실제 제자훈련을 하고 있는 교회는 5~10개 교회 정도이다. 그러나 CAL-Net 필라모임을 통해 도전받고 다시 제자훈련을 해보려는 목회자와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에 참석하려는 목회자들이 계속 생기고 있다.

꽃꽂이 목회하지 말고 , 씨뿌리는 목회를 하자
CAL-Net 필라모임 목회자들은 이민교회의 목회자와 평신도지도자 가운데 일부이긴 하지만, 교회의 본질은 둘째 치고 교회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고, 이로 인해 교회가 힘들어지는 예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이 이민교회에서는 제자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정철 목사는 “과거 제자훈련 수료자모임 때 모 목사님께서 ‘꽃꽂이 목회를 하지 말고, 씨를 뿌리고 물주며 가꾸는 목회를 하라’고 당부했던 말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 목사는 목회하면서 장로, 권사, 집사가 교회에 등록하면 그들을 그냥 교회 일꾼으로 임명하고, 사역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꽃이 얼마가지 않아 죽었는데, 그냥 죽지 않고 썩으며 냄새를 진동하며 옆에 있는 꽃까지 죽이는 모습을 많이 경험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말이 10여년이 지난 지금, 이민 교회의 현 주소가 된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민 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제자훈련만큼 확실한 사역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이민 목회하면서 CAL-Net 모임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목회 경험을 나누며 함께 기도하는 동역자들이 만들어 가는 CAL-Net 필라모임이 너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고 한다.
이젠 더 한발 나아가 제 2의 CAL-Net 필라모임이 미국 내 뉴욕과 워싱턴 등에 세워지길 합심하여 기도하고 있다. 미국 동부 CAL-Net 필라모임 목회자들은 “분에 넘치는 사역을 하지만 최선을 다해 섬기는 교인들과 김홍장 전도사, 한국 국제제자훈련원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이민교회가 든든히 서나가도록 중보기도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