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행전

2009년 01월

다락방과 순장 | “녹여지고 빚어지며 채워지는 과정이 즐겁습니다”(대구동신교회 사랑방)

전도행전 안소영 기자

소그룹의 장점을 생각해보자. 더 솔직해지고 더 친밀해지며, 서로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 이러한 소그룹은 대그룹보다 성장하는 속도도 빠르다. 그래서 소그룹을 영적 요람이라고 칭하기도 하지 않는가. 10년차의 베테랑 이인주 순장과 호기심 많은 초신자 순원들이 꾸려가는 대구동신교회 사랑방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위의 이론적인 이야기들이 각자의 간증이 되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의 즐거운 영적 성장 여정을 소개한다.    

“우리 집 아이에게 무엇이 감사하냐고 물었더니 동생을 주시고, 좋은 친구를 주셔서 감사하대요.”
오늘 사랑방 주제는 감사기도. 서로 감사했던 일들을 나누며, 감사하지 못했던 일들을 나누는 일에 한창이다. 이인주 순장이 “저도 감사기도보다는 간구기도가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라며 “감사기도를 한 마디씩 돌아가면서 해요”라고 말한다. “주님, 제가 일상에 감사하지 못했어요.” “주님, 잘살게요.” 짧지만 담백한 기도 속에 진솔함이 물씬 묻어나온다.
               
이 사랑방은 평일 오전에 모이는 소그룹이지만, 사실 대부분이 일하는 이들이다. 각자 과외선생부터 직장생활, 레스토랑 운영 등 사회생활을 하느라 바쁘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모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한 명만 참여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이인주 순장에게 그럴 때 힘들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이미 숙달되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조급해하는 것이 아니라 “안 오는 것은 당신 손해다”라는 생각을 갖고, 순원들을 놓고 기도했단다. 그 덕분인지 출석률뿐 아니라 순원들의 사랑방에 대한 애정도도 이전과 사뭇 달라졌다.     

 

 

출석이 즐겁다
초신자인 박성희 성도가 처음 사랑방에 참여했을 때의 감정을 흥미진진하게 털어놓았다. 한 마디로 10분이 한 시간 같았단다. 성경은 어렵고, 할 말은 없고, 어색한 기도에 쩔쩔맸단다. “내가 이곳을 나가면 절대 안 오리라”라고 결심까지 했다. 그런데 지금은 좋은 사람들과 만나 성경을 배우고 나누는 것이 즐거워서 감사헌금까지 드렸다며 웃는다.  
천경순 성도도 “나도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안 되더라”라며 거들었다. 천 성도는 고등학교 수학 과외교사라 보통 새벽 1~2시에나 잠이 든다. 그러니 오전에 모이는 사랑방은 늘 부담이었다. 어떤 날은 순장이 아침에 전화했을 때, 모르고 끊어버리고 그냥 잔 적도 있었다. 또 시간 있으면 수학문제를 하나라도 더 풀어야지라는 생각에 사랑방 가는 시간을 아까워하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오면 나올수록 “안 나가면 찝찝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곳의 유일한 모태신앙인 임미자 집사는 제일 나이가 어린 구성원. 임 집사는 자모실에서 아이 셋을 데리고 있다 보니 예배도 제대로 못 드렸다. 이 사랑방도 예의상 한 번만 참여할 생각이었는데, 와서 굳건한 말씀과 생생한 나눔을 공급받으니 안 나올 수가 없단다.
알고 보니 오늘 나오지 못한 또 다른 성도는 초신자가 많은 분위기와 직접적인 질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나오기가 싫다고 했다던데, 엊그제 전화로 사랑방에 나오는 것이 참 즐거워졌다는 이야기를 남겼단다. 이처럼 순원들이 사랑방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뭘까 궁금해진다. 

 

 

투명하고 정직하라
그 이유를 물으니 모두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꼽았다. 나의 부족한 점이나 신앙생활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을 속 시원히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솔직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순장님이 먼저 많이 오픈하시니까요”라고 한다. 실제 이인주 순장은 “소그룹은 투명하고 정직해야 변화가 일어난다”는 철학을 갖고 자신의 삶을 깊이 나누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이 세대의 여성에게 가장 큰 기도제목은 남편과 자녀, 시댁의 문제이기 마련이다. 시댁살이로 인해 하나님께로 돌아오고, 속을 썩였던 두 아들이 무사히 잘자라고 있는 이 순장의 이야기가 순원들에게 피부로 와 닿는 모양이다. 공부에는 취미가 없고, 수련회가서 술 마시다 걸리고, 학교에서 담배 피다 걸린 아들 때문에 상담까지 배웠다는 그녀이다.
그런데 이런 경험과 이 때문에 배운 상담이 지금은 순원들을 향한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받고 있다며 감사해한다. 그래서인지 이은미 성도가 딸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 힘들어할 때도 가장 먼저 이야기를 나눈 곳이 이 사랑방이 되었다. 그는 “순장님이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셔서 그 노하우를 알려주시는 것이 큰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숙현 성도도 “나도 어제 순장님과 데이트하면서 아이들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을 나눴다”며 귀띔했다. 인생 선배인 순장에게 여러 실질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이 너무 좋단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경험을 했더라도 인생에는 대답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인주 순장이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그 점이었다. “순장님 기도는 잘 들으시지만, 제 기도는 왜 안 들어주시나요?”라는 질문에 난감해진 적도 있었다. “제 경험을 넘어서 내가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지 힘든 상황도 참 많아요. 그럴 때는 제가 참 무기력하게 느껴져요. 이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 엎드려 기도하는 것이에요.”
정숙현 성도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믿은 지 3년째 된 정 성도는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으로 하나님께 돌아왔다. 그러나 하나님이 왜 그런 상황을 허락하셨는지에 대한 원망도 컸다. 이런 상황에서 이 순장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기도밖에 없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정 성도를 꽉 붙잡으시고는 그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하셨다. 
“세속적으로 물들려고 하다가도 다락방에 오면 다시 내가 바라보아야 할 곳을 보게 돼요”라는 정 성도는 지금 원망함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정말 크다고 고백한다. 다른 순원들도 “늘 지각하고 결석하면서 새초롬하게 앉아있었던 것 같았는데 정말 많이 변했다”며 신기해하고 있다.         

 

 

지경이 넓어지는 변화 
이처럼 변화하는 모습은 물론 정 성도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모두 각자의 분량대로 자라고 있는 중이다. 박성희 성도는 기도하는 것이나 어떻게 말씀을 봐야 하는지 배워서 즐겁다. 얼마 전 이 순장이 백화점에 물건 사러갈 때 기도하고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도 해보았단다. 갈치를 사려고 슈퍼에 가면서 기도했는데, 자신이 지나갈 때 10분간 갈치 세일을 했다며 감사해했다. 그랬더니 이곳저곳에서도 나도 이렇게 기도응답 받았다며 앞다투어 나눈다. 이처럼 서로 도전받으면 바로 실천하는 소그룹이어서 역동적인가 싶다.
무엇보다도 가족들에게 자신의 변화를 인정받으면 진짜라고 했던가. 최정현 성도는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짜증나”였다. 남편 친구들 사이에도 유명할 만큼 말이다. 그런데 교회 다니면서 어느새 싹 사라졌다. 덕분인지 술 담배를 즐기던 남편이 자발적으로 교회 한번 가보겠다고 하더니, 설교가 내 얘기라며 교회에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다. 목회자의 차만 봐도 행복해할 만큼 변화한 남편은 이제는 최 성도와 새벽예배를 가끔 함께 나간다. 
이처럼 부부가 함께 교회를 가게 되는 변화는 사실 이 사랑방 순원들의 가장 큰 소원이다. 대부분 초신자다 보니 남편이 거의 안 믿는 상황이라 그렇다. 교회를 나가는 것이나 십일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믿지 않는 남편을 품는 기도를 통해 하나님은 각 사람을 다듬고 계셨다.
천경순 성도는 남편에 대한 불만으로 기도하는 것조차 싫어했었다. 처음에는 기도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점점 의무감이 생겨 기도하게 되었고, 이제는 간절한 기도제목이 되었다. 이제는 남편이 집에서 사랑방 모임을 하는 것도 묵인하고, 순장의 “교회 나오셔야죠”라는 말에 웃으며 “네”라 대답할 만큼 변했다. 천 성도는 “함께 새벽기도를 나가는 꿈을 꿔요.” “기도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라며 다짐을 밝힌다.
박성희 성도도 “교회 가면 이혼하겠다”라며 으름장을 놓던 남편이 지금은 주일에 가만히 있으면 “교회 안 가냐?”라고 말할 만큼 달라졌다며 감사해했다. 다른 순원들도 “정말 많은 은혜가 있었다”라며 감사의 고백을 덧붙인다.
아직 성경과 기도를 너무 모른다고 고백하는 대구동신교회 사랑방. 그러나 “하나님의 사람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즐겁다”고 고백하는 이들을 통해 믿음의 여정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속을 토해내며, 하나님 앞에서 만져지는 역사를 경험하고 있다고 고백하는 이 사랑방의 이야기가 계속 되길 소망한다.

<안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