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행전

2018년 12월

단기선교 이야기 *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기쁨으로 사역하는 몽골 교회

전도행전 전용현 집사_ 영안교회


전에 다니던 교회의 새생명축제 행사에서 데미 목사님은 자신이 만난 하나님을 전하셨다. 목사님은 20년 전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인도하신 한 선교사님과 그 선교사님을 자기 나라와 자기가 사는 곳으로 파송해 준 교회와 성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셨다. 데미 목사님은 20년 전에 선교사님을 어떻게 만났는지, 또 자신이 하나님을 어떻게 만났는지, 지금 어떤 사역을 하고 있으며, 하나님을 만난 후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화됐는지 이야기하셨다.

간증을 듣는 성도들에게 목사님의 이야기는 얼마나 공감이 될까? 어떤 이는 먼 나라, 남의 이야기로, 또 어떤 이는 자신과는 무관한 책 속에서 봤던 선교 현장의 이야기로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어떤 선교사님께서 부르심을 좇아 헌신하셨던 몽골 현장을 직접 가 보기 전에는 그랬다.


목장에서 품고 기대하던 몽골 선교사님 이야기

교회를 옮기고 한 목장으로 소속돼 목자로 섬기시는 부부를 만났다. 목자님은 꼭 아랍인 같았다. 덥수룩한 수염에 빵모자를 쓰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셨다. 핸드폰을 싫어하고 늘 대중교통만 이용하셨다. 그분에게서 가장 신나게 들은 이야기는 몽골 선교 이야기였다. 예닐곱 번이나 참석했던 몽골 단기선교와 그곳에서 사역하시는 한 선교사님 이야기, 순박하지만 열정 넘치는 몽골 교회 성도들, 척박한 환경 속에도 성도들과 함께 지역을 섬긴 이야기는 듣는 이로 하여금 몽골 선교에 마음을 갖게 만들었다. 얼마 후 목자님은 이야기 속의 선교사님이 선교지에서 추방당하셔서 이제는 몽골로 단기선교를 갈 수 없게 됐다며 많이 서운해 하셨다. 

그러다 작년 봄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교회에서 중단됐던 몽골 단기선교팀을 다시 모집한다는 것이었다. 언제부턴가 몽골은 내가 꼭 가 봐야 할 나라였다. 나는 주저함 없이 회사 휴가 일정도 고려하지 않은 채 덜컥 신청했다. 그렇게 스무 명이 단선팀으로 꾸려졌다. 감사한 것은 목자 집사님이 함께하시고, 팀을 이끄시는 리더가 바로 목자님이 이야기해 주신 선교사님이라는 점이었다. 한 달 동안 카이로스 선교훈련과 두 달여의 준비를 통해 몽골에 대한 마음을 품었다. 몽골어를 배우고, 몽골 찬양을 배우며 함께 기도하고 간절함과 기쁨으로 그 땅을 사모했다.


뜨거웠던 몽골 성도들의 사랑과 열정

선교사님이 들려주셨던 몽골에서의 사역과 몽골 교회 성도들, 몽골 교회를 상상하며 그 땅을 밟은 순간의 감동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울란바타르 외곽에 위치한 캠프장에서 1박 2일 동안 진행한 세미나는 그곳의 정치와 경제가 복음의 씨앗을 뿌리기에 얼마나 척박한지를 알게 했다. 그럼에도 환경에 굴하지 않는 현지 성도들의 복음을 향한 열정과 주님을 향한 사랑, 이웃을 향한 사랑, 교회를 부흥시키고자 하는 열망과 비전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의 뜨거운 신앙을 보면서 나 자신이 많이 부끄러워 회개할 수밖에 없었다. 통역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우리 교회 훈련 프로그램과 청소년 캠프에 대한 현지인들의 배움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20년 전 한 교회가 기도하고 결단해 선교사님 가정을 파송했고, 파송된 선교사님을 통해 맺은 첫 열매인 데미 목사님은 추방된 이후 목사안수를 받아 현지 교회를 잘 이끌고 계신다. 추방 2년 만에 목사님은 홀로 그 지역을 어렵게 다시 방문하셨고, 2년 뒤에는 사모님과 두 분이, 다시 2년 뒤에는 스무 명의 선교팀과 함께 다시 그 땅을 밟으셨다. 목사님은 자신이 헌신했던 땅의 사람들을 다시 만났다는 사실 자체에 큰 감동을 받으셨다. 


환경을 이기게 한 은혜

올해도 몽골에서 청소년 캠프를 열어 아이들 100여 명과 함께 뛰놀고 찬양하며 기도하고 복음을 전했다. 그중 몇 명이 예수님을 영접하는 놀라운 역사도 경험했다. 언어의 장벽도 주님의 놀라운 역사를 막지 못했던 것이다.

올해 우리 팀은 청소년 캠프를 마치고, 몽골 교회가 개척 중인 교회 두 곳을 방문했다. 아이들과 성도들을 초청해 잔치를 베풀고 마사지를 해 주며 준비해 간 이미용 용품들로 그들을 섬겼다. 쓰레기 더미 부근의 가난한 동네에 세워진 차강다와교회와 기차를 타고 11시간을 달려 에르뜨네트교회에 도착했다. 

에르뜨네트교회는 한겨울에 영하 40도가 되는데도 난방 시설이 없다. 또 한 가정에 의해 세워졌으나 남편 집사님의 갑작스런 사고로 예배를 인도할 사람이 없어 매달 두세 번씩 데미 목사님의 사모님과 아동부 선생님, 찬양 인도자가 11시간 걸려 기차를 타고 와서 예배를 드린다.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넉넉한 기쁨으로 사역하시는 그분들을 바라보며 큰 도전과 은혜를 받았다. 우리가 준비한 자그마한 선물에도 크게 감사하며 기뻐하시는 그곳 성도들을 보면서 조그마한 일에도 감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내가 가진 너무 많은 것들을 기억하며, 내 삶을 어떻게 주님께 드려야 할지 기도했다.


교회 선교부와 함께한 새생명축제 집회를 마치신 후 데미 목사님 가족은 몽골로 돌아가셨다. 우리가 그 땅을 다시 찾는 날을 기대하며 기다리시겠다는 목사님의 말씀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네! 목사님, 내년에 몽골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