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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깨운다 신국원 명예교수_ 총신대학교
찰스 테일러는 현대 문화 비평에 가장 탁월한 철학자다. 이 책은 아직 번역되지 않은 900쪽에 가까운 대작 《세속시대》(The Secular Age)의 요약본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현대인이 빛나는 성취와 풍요에도 불구하고 불안증에 시달리는 원인을 삶의 의미 상실에서 찾는다. 또 불안의 치유는 진정한 삶의 이유를 찾는 근원적 갈망이 회복되는 데 있음을 강조한다. 이 책엔 진정성을 찾아 헤매는 불안한 현대인에게 필요한 통찰로 가득하다.
현대인의 불안, 자기실현보다 관계를 회복하라
저자는 20세기 후반 이후 서구 사화에 널리 퍼진 불안의 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삶의 의미와 방향 상실, 개인주의가 초월적인 신성한 ‘도덕적 지평’을 무너뜨렸다. 둘째, 과학 기술에 기초한 도구적 이성에 지배당했다. 셋째, 정치적 자유와 자결권을 상실했다. 서로 물려 있는 이 불안증은 계몽의 빛나는 시기를 살아온 근대인에게는 익숙하면서도 당혹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상황을 “쇠 우리”라고 부른 막스 베버의 숙명적 비관론을 거부하고, 극복 방안을 찾아 제시한다.
현대인은 신의 계시나 자연의 법칙 대신, 자기 내면에서 솟아나는 도덕적 직감에 근거해 삶을 인간 중심적으로 바꿔 자유를 추구했다. ‘자기 진정성’을 이상으로 삼는 현대 문화의 키워드는 차별성, 독자성, 다양성이다. 이 문화가 다양한 성적 지향을 정당화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문제는 그 진정성이 상대주의로 떨어져 공동체를 파괴하는 데 있다. 자기실현이 우선이고,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