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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깨운다 신국원 교수_ 총신대학교
종교개혁주일은 교회 절기 중에서 역사가 가장 짧다. 올해로 498주년이다. 그것은 출애굽과 같이 구속 역사의 핵심 사건을 기념하거나 이스라엘 백성의 삶과 연관하지 않는다. 성탄절과 부활절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과도 직결돼 있지 않다. 오순절처럼 복음과 교회의 탄생을 축하하는 절기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절기다. 개신교의 출발점을 기념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중세 가톨릭의 이원론적 문화 : 자연과 은총
종교개혁은 단지 교회에만 개혁을 가져오지 않았다. 중세 사회와 문화 전반에 근본적인 변혁을 가져왔다. 중세 역사는 길다. 단일 문화로는 가장 긴 기간에 걸쳐 있다. 어거스틴이 활동한 4세기 중반부터 르네상스가 절정에 이른 16세기까지 무려 1,000여 년의 역사다. 이 기간 동안 복음은 유럽에 완전히 정착했다. 로마뿐 아니라 북방에서 들어온 야만족까지 교화시켜 서구에 기독교 문화를 이룩했다. 지금도 유럽의 삶과 문화에 그 자취가 역력히 남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보편적 교회를 자처했던 로마 가톨릭이 복음을 상실했다. 성경의 진리와 세계관이 초대 교회 이래 꾸준히 그리스-로마의 문화 비전과 혼합됐기 때문이다. 그것은 중세 건축물이나 회화에 명백히 드러난다. ‘바실리카’(basilica)가 좋은 예다. 본래 그리스-로마의 신전이나 공회당의 건축 양식인 바실리카는 주랑이 벽체 없는 천정을 받치고 있는 형태다. 그런데 교회 건축이 이 양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달라진 것은 좌우에 날개를 달아 하늘에서 볼 때 십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