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컬쳐

2023년 03월

3월 신간 소개 - 《마이클 리브스의 칭의를 누리다》 외

북&컬쳐 편집부

칭의, 믿을 수 없을 만큼 단순한 진리

《마이클 리브스의 칭의를 누리다》(마이클 리브스 / 두란노)


‘믿음만으로 구원받는다’라는 성경 말씀은 사람에게 주어진 가장 복되고도 가슴 떨리는 명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복된 명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믿음에 무언가를 첨가해야 할 것 같은 스스로의 강박에 휩싸이거나, 이를 악용한 악한 세력에 휘둘리기도 한다. 

저자 마이클 리브스는 먼저, 실패하고 상한 자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역설적인 성품을 강조하며, ‘의롭다’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를 논한다. 그리고 죄인을 의롭다고 인정하시기 위해 꼭 필요했던 사건, 십자가의 길로 독자를 인도한다. 이어 내가 ‘믿음이라는 일’을 잘하고 있는지 늘 감시하고 염려하는 상태에서 자유하라고 촉구한다. 

칭의는 성부 하나님의 끝없는 자비로움, 성자 예수님의 겸손한 순종으로 성취된 십자가 덕분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경지이며, 사람의 행위나 감정이라는 실에 매달려 오르락내리락하는 요요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이상 하나님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 단순한 진리는 때로 그리스도인을 의심의 광야로 내몰곤 한다. 의심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의심과 그로 인한 사유, 깨달음과 재정립이라는 선순환이 그리스도인을 더욱 건강하고 단단하게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자기 감시에 지친 채 진리의 길 언저리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모든 이가 진리 안에서 평안을 얻길 바라는 소망을 담아 이 책을 추천한다. <이수영 기자>



물질세계에서 믿음으로 살아 내는 그리스도인

《뜻이 땅에서 이룬 것같이》(데이비드 W. 존스 / 좋은씨앗)


부와 가난, 일과 쉼, 피조 세계와 청지기 의식 등은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다. 이는 성경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주제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사우스이스턴 침례신학대학원에서 기독교 윤리학 교수로 활동하는 데이비드 W. 존스는 그의 책 《뜻이 땅에서 이룬 것같이》를 통해 그리스도인이 물질세계 속에서 어떤 태도로 행동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

이 책은 1장에서는 물질세계의 부와 가난, 영적인 부와 가난, 2장에서는 일과 소명, 3장에서는 쉼과 안식일, 4장에서는 부와 가난, 5장에서는 피조 세계와 청지기직을 살펴보고, 6장에서는 달란트 비유와 선한 사마리아 비유를 통해 책 전체의 내용을 갈무리한다. 

달란트 비유에 나온 종들의 이야기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물질이 다섯 달란트인지 두 달란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많거나 적은 소유에 마음을 쓰기보다, 우리에게 맡기신 것을 잘 관리하는 데 초점을 두시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리스도인이 수고하며 소명을 행할 때, 탐욕에 휘둘리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시선이 나 자신에게서 십자가로 옮겨질 때, 하나님의 공급하심과 그분의 은혜로 물질세계를 누리며 공동의 선을 위해 기쁨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물질세계를 지혜롭게 누리길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박주현 기자>



평생 예수와 사랑을 쓴 거장의 신앙고백

《나의 예수》(엔도 슈사쿠 / 로만)


고문당하는 신자들을 살리려면 신앙을 저버려야 하는 한 신부가 있다. 그가 전 생애를 통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이 새겨진 동판을 짓밟으려고 발을 대자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밟아도 좋다. 나는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너희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진 것이다.” 순간 그는 고난의 시간에 하나님께서 침묵하시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시며 내내 고통을 나누고 계셨음을 깨닫는다. 

이처럼 참된 신앙에 대한 깊은 통찰과 아름다운 여운을 주는 소설 《침묵》의 저자 엔도 슈사쿠의 개인적 신앙고백을 엿볼 수 있는 신간이 발간됐다. 전체 인구 중 예수님을 믿는 비율이 1%가 채 되지 않는 일본의 가톨릭 신자이며, 자신의 작품 속에 그리스도에 대한 개신교적인 신앙의 일면도 드러냈던 그의 신앙고백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어머니의 영향으로 12세에 세례를 받은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 받아들인 예수님이 누구인지 알고자 성경을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일평생 ‘예수’와 ‘사랑’을 작품의 키워드로 삼는다. 

그는 자신이 성경을 읽으며 가졌던 의문점에서부터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 죄와 구원에 대한 개인적 고찰을 친근하고도 담담한 어조로 전한다. 때로 깊고 진지한 화두를 다룰 때도 문학의 거장답게 글솜씨가 좋아 술술 읽힌다. 종교색이 짙은 작가임에도 일본 국민에게 최고의 문인 13위로 뽑힐 만하다. 다만 그가 스스로 말하듯이 목회자가 아니기에, 이 개인적 고찰을 때로 경계하며 감안할 수 있는 성경 지식과 교리의 토대를 가진 그리스도인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김미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