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인터뷰

2007년 09월

덕수교회 손인웅 목사 “한 손에는 신문, 한 손에는 성경”

목양실인터뷰 방민경 기자

신앙은 결국 삶이다.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이웃을 품고 함께 동역하기 위해서는 이웃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그 이해를 돕는 첫걸음이 독서가 아닐까. 서울 덕수교회 손인웅 목사를 만났다. 

 

목회자들에게 독서가 중요한 이유는?  “한 손에는 신문, 한 손에는 성경” 대학교 때 어느 교수님을 통해 칼 바르트의 명언을 들은 적이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말은 가슴 깊이 남아 있다. 목회자들에게는 성경뿐만 아니라, 일반 독서도 정말 필요하다. 목회자들은 기독교를 종교의 틀에 가두거나, 편견에 빠지도록 하기 쉬운 자리에 있다. 또한 세상으로 부름 받은 하나님의 백성들 앞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설교자로서 세상의 문화에 대한 상식과 교양은 필수적이다. 폭넓은 시야로 교인들을 돕지만 그보다 앞서 본인들의 마음의 양식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독서 버릇은 언제 생겼는가?  대학시절 국문학을 전공했다. 그때 기독학생 회관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세례 받은 24명의 학생들을 뽑아, 기숙생활을 시작했다. 종합 대학이었기 때문에 각 과에서 학생들이 뽑혀 들어 왔고, 3년 정도 그곳에서 생활했다. 우리는 매일 저녁 식사 후에 독서 발표회를 가졌는데, 돌아가면서 토론을 하고, 다양한 전공을 바탕으로 교양과 상식을 나눴다. 그 때문에 자기 전공분야 외에도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 졸업 후에도 독서의 폭이 넓어졌고, 다양한 성도들을 대하고 설교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

독서는 주로 언제 하는가? 낮에는 시간이 없고, 주로 새벽시간과 저녁시간을 이용한다. 금요일 같은 경우에는 밤을 새우기도 한다. 책 속에서 새로운 사고의 전환을 맞이하기 때문에 내게 있어 독서는 또 다른 쉼의 모습이기도 하다.

책을 고르는 방법은? 주요 일간지나 구독하고 있는 여러 잡지를 통해 추천 도서를 보며 고르거나, 시간이 있을 때는 서점으로 나가 최근 서적들을 본다. 또 내가 글을 쓸 때나, 설교를 준비할 때 필요한 분야의 책들을 찾는다. 특히 요즘에는 종교사회학에 관심이 많이 가서 읽고 있다. 교회가 사회에 어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인상 깊었던 책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들 수 있다. 남녀 주인공들의 관계 속에서 작가의 생각을 강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그 당시 러시아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와 영웅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창녀인 소냐라는 여주인공을 등장시킴으로써 새로운 각도로 이야기를 풀어 가고 있다. 사회적으로 가장 낮은 위치라고 할 수 있는 창녀였지만 천사와 같은 여주인공 소냐에게 남주인공은 살인했음을 고백하면서 이야기에 속도가 붙는다. 여기서 소냐의 모습은 상당히 복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문학작품 속에서 사회주의 사상을 넘어서는 기독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추천하고 싶은 책은?  한스 큉이라는 독일인 신부가 쓴 『교회론』을 추천하고 싶다. 천주교든, 기독교든 어떠한 종교와 상관없이 이 책을 다 읽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제자훈련과도 같은 맥락을 지니고 있는 이 책은 현대 교회의 과제를 바탕으로 풀어 가면서 독자로 하여금 교회의 본질을 심도 있게 생각하게 해 준다. 목회자라면, 한번쯤은 꼭 읽어 보고 깊이 있게 고민해 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방민경 기자>

 

 

 

 짧은 글 긴 여운

 

교 회

 

손인웅 목사는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뛰어넘어 꼭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회』(한들출판사)의 서문이다.


 

이 책이 한국의 기독교인과 교회로 하여금 그들의 교회관을 심화시키며, 미래지향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지난 수십 년간 세계 도처에서 기독교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견 되었습니다. 교회가 21세기에도 미래를 가지기 위해 반드시 충족시켜야 할 조건들에 대해 간략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1. 교회는 역행적으로 중세나 종교개혁시대 또는 계몽주의 시대로 돌아가서는 안 됩니다.
2. 교회는 결코 틀에 박힌 여성상, 배타적인 남성적인 언어, 과거의 성적 역할분담에 집착하는 가부장적인 교회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3. 교회는 교파적으로 협소화되어서는 안 됩니다.
4. 교회는 유럽중심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기독교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로마의 제국주의를 대변해서도 안 됩니다.

- ‘한국어판 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