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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오진탁 목사_ CCC 국제코디네이터
나는 고등학교 시절 문학소년 흉내를 내려고 여러 책을 마구 읽다가, 어느 날 중고 서점에서 『빙점』으로 널리 알려진 일본 소설가 미우라 아야코의 책을 한 권 집어 들었다. 그게 『빙점』은 아니었다. 제목도 내용도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그때 뭔가 가슴에 와 닿는 뜨거운 감흥 같은 걸 느꼈다. 그래서 다시 중고 서점들을 돌아다니며 재활용지에 인쇄된 당시 유행하던 전집들을 사다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침내 『길은 여기에』라는 책을 읽었고, 그것이 내 인생에 기독교를 받아들이게 된 계기가 됐다. 그 책 어딘가쯤에서 “여러분도 이런 사랑을 경험하고 싶으면 성경을 사서 읽어보라”는 짤막한 권고를 보고, 그 길로 서점으로 달려가 성경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해가 안 됐다. 교회에 가면 성경을 알게 될 거라는 생각에 그다음 주에 하숙집 근처에 있던 교회로 나갔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교회 울타리 안에서 살게 됐다. 그때가 1977년 봄,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대학에서 만난 새로운 신앙생활
그렇게 시작한 신앙생활은 1979년 대학에 들어가서도 이어졌다. 예비고사와 본고사를 치르고, 대학을 가던 시절이었다. 나는 수학 시험 때문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합격자 발표를 보러 갔는데 다행히 합격했다. 그때의 풍경은 잊지 못한다.
대학 교정에 첫발을 내디딘 그날, 수많은 ‘써클’(요즘의 동아리)들이 신입생들을 모집하느라 그야말로 야단법석이었다. 서로 자기네 써클로 오라고 호객하고 있었고, 한 명이라도 더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