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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장경철 교수_ 서울여자대학교
어느새 2013년의 반환점을 돌고 있다. 새해의 새로운 다짐은 사라지고, 길을 걷는 여행자에게는 피로감이 몰려온다. 출발 지점의 안락함은 사라졌고, 목표 지점의 환희는 아득히 멀기만 하다. 오늘도 우리는 길 위에서 헤매고 있다. 길에서 지친 인생을 향한 도움말은 없을까?
걸음의 과정에서 힘을 길러라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그때 종종 나오는 질문이 있다. ‘발표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다. 발표를 잘하고 싶은데, 너무 떨린다는 것이다. 떨지 않고 발표를 잘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질문을 들으면서 나도 오래 전, 서울여대에 부임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수많은 학생들 앞에서 메시지를 준비해서 등단해야 하는 시간에 나는 속으로 매우 떨고 있었다. 원고를 적어서 올라갔지만, 원고의 글자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은 당시의 원고를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첫 문장만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여학생들 앞에 서게 되는 날이 내 인생에 있을 줄은 꿈도 꿔본 적이 없습니다.”
서울여자대학교에서 발표를 준비하는 시간을 경험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발표 중에 두려움과 떨림을 느끼는 것과 발표를 자연스럽게 잘하는 것은 서로 상반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것은 발표를 잘하게 되는 당연한 과정이다.
내 안의 떨림이란 내 발표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기대의 마음이다. 떨림이란 혹시나 내 발표가 유용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배려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