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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조성돈 교수 _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의 설립자인 에비슨 박사는 1893년 의료선교사로 조선에 왔다. 그가 조선 사람들을 만나고 놀랍게 생각한 것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천연두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얼굴에 요즘 말하는 곰보자국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보고 그가 놀란 것은 천연두가 당시만 해도 어린아이들이 걸리면 거의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었기 때문이었고, 동시에 이미 서양에서는 예방접종을 통하여 거의 사라진 질병이었기 때문이었다.
에비슨의 자서전에 보면 조선의 어느 여인이 아이를 11명이나 낳았는데 천연두로 모두 잃고 남은 자녀가 하나도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만큼 천연두는 무서운 질병이었는데, 당시 조선 사람들은 천연두가 ‘마마’라고 하는 악귀가 들린 것으로 생각해서 병을 고칠 생각은 안하고 이 악귀를 달래는 일만 했다는 것이다. 이에 에비슨 박사는 천연두 예방접종 활동을 많이 했고, 그 결과 50년이 지난 이후에는 천연두가 거의 사라졌다고 회고한다.
새로운 질병의 출현으로 인한 두려움
과학이 발전하고 의학이 발달하면서 세계의 질병이 모두 사라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 물론 백여 년 전의 상황과 비교해 본다면, 오늘날 삶의 여건이 많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도 새로운 질병의 출현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것은 바로 최근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플루다. 의학의 발달이 모든 전염병을 막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오히려 새로운 변형의 전염병이 생겨나면서 이러한 전염병과 의학의 숨바꼭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