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2005년 07월

이 세대의 대세, W문화와 교회의 대응

문화읽기 성석환 목사 _ 문화선교연구원

대중문화를 분석하고 공부하는 이들은 동시대를 규정하고 도식화하는 일에 매달린다. 이른바 ‘세대의 대세’를 제대로 파악해야만 그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대의 문화를 가장 적절한 용어로 규정함으로써 그 시대에 발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필요를 느끼는 많은 수요자를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80년대까지는 4·19세대, 5·16세대, 유신세대, 386세대 등 숫자로 그 시대의 주체 세력을 규정했다. 그러나 90년 이후 문화적 주도(leading) 세력을 규정하는 용어로는 주로 알파벳을 사용한다. 예컨대 X세대로부터 시작해서 Y, N, P세대 등. 우리나라 방송계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비슷한 용어는 ‘신세대’이다. 이전 세대와는 다른 사고와 행동 방식을 지녔고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로 X세대와 함께 쓰이기 시작했다.
초기 세대론이 등장할 때에는 주로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다루었기에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무질서하고 예의 없고 이기적인 젊은 아이들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문화적 변동이 예측 가능하도록 완만하게 진행되어야 기성세대도 준비를 했을 터인데, 민주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대중문화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또 한 가지 세대적 구분과 관련하여 주목할 사실은, 이전에는 이 구분이 대체로 연령을 기준으로 이루어졌으나 최근에는 문화적 트렌드(trend), 즉 주도 세력 자체보다는 그 주도 세력이 양산하고 보급하는 문화적 특성으로 시대를 규정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한참 유행하고 있는 ‘웰빙(well-being)’ 문화는 웰빙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그 흐름에 동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령 구분이 없다.
사실 연령을 기준으로 세대론을 구성하는 방식의 문제점은, 우리 사회가 그런 식으로 규정되기에는 이미 너무도 다양한 가치와 변화가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50세를 넘어도 N세대의 네트워킹 문화에 충분히 동참할 수 있고, 10대라도 온갖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마당에 연령을 기준으로 하는 세대론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변화의 주도 세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들은 누구인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새로운 이니셜은 바로 ‘W’이다. 서로 의미는 조금씩 다르게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이 상징하는 문화적 함의는 비슷하다.
세대의 갈등을 사회학적으로 다루는 송호근 교수는 그의 책 『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에서 W세대가 월드컵을 기점으로 수면에 등장했다 하여 ‘월드컵 세대’ 또는 ‘2002년 세대’라 칭한다.
다시 강조하건대, W세대 역시 연령 중심의 규정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문화적 특성을 포착한 것이다. W세대는 지구화 시대에 걸맞는다 하여 ‘World’, 여성시대라 하여 ‘Woman’, 월드컵 응원이 인터넷으로 결집했다 하여 ‘Web’ 등의 이니셜이라고 여러 사람이 이래저래 분석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의 첫 글자이든, W세대의 함의는 사회문화적인 것이며, 이 세대의 문화적 특성이자 세계관이다.

 

다시 송 교수의 분석을 빌면, W세대는 월드컵과 대선을 거치면서 기존 가치에 대해 ‘전복의 계기’를 합작한 이들이다. 억지로 모이라고 해서 모인 것이 아니고, 자발적으로 좋아서 모인 이들이 열광적인 응원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고, “꿈은 이루어진다”고 목청껏 소리쳤다. W세대는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의식과 가치관, 목적을 가진다. 송 교수는 이들의 배경으로 ‘민주주의’와 ‘물질적 풍요’를 들면서, 주도 세력을 문화의 주체적 생산자이자 소비자라고 규정한다.
오늘의 사회문화적 주도 세력들이 유포하고 있는 문화는 기성세대가 자책하고 부정했던 ‘자신에 대한 긍정’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며, 창조적이고 신선하고 직설적이고 때로 가볍다. W세대가 만들어 내는 문화는 그들을 그들의 문화의 생산자요, 소비자가 되도록 한다.  
W세대의 문화는 기성세대가 비판하듯이 그러다가 금방 사라질 유행(fashion)이 아니다. 이들은 이미 생산과 소비가 혼융(fusion)되어 소비만 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에 관여하는 고객이기에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시대적 트렌드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이들의 문화 분석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들의 문화에 대해 교회 역시 관심이 많다. 요즘 목회자들은 시대적 트렌드를 분석하는 책을 열심히 읽는다. 일차적으로 그것은 매우 건강한 열심이라고 생각한다. “분별하라”에 초점을 두지 않고, “시대를 본받지 말라”에만 초점을 두어서는 정작 제대로 “분별(proving)”할 수 없다.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포착하여 복음을 바르게 해석하고 전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기성세대는 앞서 지적했듯이,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막연한 불안감을 갖는다. 혹시 이러한 불안감을 교회가 느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교회가 이미 기성 문화를 대변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문화의 주체적 소비자요, 생산자인 W세대를 교회가 기존의 선교 전략으로 대응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기존의 방식은 교회가 생산자요, 성도 또는 대중이 소비자라는 일방적 구도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니 기존 방식이 이들에겐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그래서 교회의 리더들이 이 W세대의 문화를 분석하는 일에는 어느 정도 열의를 보일 수 있겠으나 정작 그것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오늘의 문화는 무엇이라 칭하든 교회에게는 일종의 도전이다. 하지만 “세상에 거하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는” 그리스도인의 독특한 존재 방식에 따라 대응하면 될 일이다. 세상에 거하기에 세상 돌아가는 일을 누구보다 분명히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세상에 속하지 않으니 세상을 복음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먼저 해야 할 일은 세상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다.

 

W로 대변되는 단어들이 지금의 문화를 가장 잘 표현해 준다는 사실 자체는 교회 리더들에게는 별로 의미가 없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시대의 문화를 어떻게 수용하고 어떤 새로운 트렌드를 생산해 낼 것인가?”
문화를 스스로 만들고 소비하는 이들을 적절히 대응하는 방법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코드로 교회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대안적(alternative) 트렌드를 창출하는 것이다. 복음을 유통시켜 소비하도록 하고 좋은 문화를 생산하도록 하는 것이 오늘날 교회의 과제이다. 

 


 

성석환 목사는 연세대와 장신대 신대원을 졸업했다. 현재 문화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과 열린문교회 교육목사로 섬기고 있다. 서울 기독교영화축제 집행위원장이자 장신대와 서울 장신대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