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한태수 목사 _ 은평성결교회
빌 헐의 『온전한 제자도』 (도서출판 국제제자훈련원)
신학대학을 다니던 1975년에 ‘제자훈련’이란 말을 듣고 “이것이 목회의 본질이다”라고 생각한 이후, 언제나 목회의 현장에서 ‘제자훈련’ 사역을 떠나본 적이 없다. 그동안 제자훈련에 관한 많은 책들을 읽어왔고, 기회가 될 때마다 훈련을 받으며, 또한 실제 제자훈련 사역의 현장에서 제자도를 실천하기 위해 몸부림쳐왔다.
그러나 아직도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 속에서 갈증을 느끼고 있던 차에 빌 헐의 『온전한 제자도』를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은 읽어가는 첫 페이지부터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특히 저자의 ‘미국 교회 성도들이 어떻게 하면 쇼핑을 그만두고 섬김을 시작할 수 있을까?’라는 도발적인 질문은, 즉각적이고 찰나적인 판단으로 머물러있지 못하는 현대 쇼핑교인들에게 이벤트보다 더 본질적인 제자도의 회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 행복한 마음으로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이 책은 제자훈련에 관한 모든 것을 모아 편리하게 단 한 권의 책으로 집약시켜 놓은 특징이 있다. 30년이 넘게 열정을 가지고 현장에서 사역하는 빌 헐 목사가 제시하는 제자도를 따라가다 보면 훈련과 프로그램으로 사라져가는 제자도의 정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 이익 중심적인 문화와 현대 기독교인들
오늘날 소비자주의 철학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그리스도인들이 양산되고 있다. 이들의 신앙 행태는 지극히 소비자 이익 중심적이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방식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음을 본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온전한 제자도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저자는 교회에서 점점 사라지고 약해지는 제자도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말한다. 많은 교회들이 현재 제자도를 영적 초보자들을 훈련시키는 한정된 프로그램으로 만들거나, 현대 교회들의 소비문화가 예수님의 본질을 감퇴시키도록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꼬집으면서 제자도는 특정 프로그램이나 이벤트가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리고 현재 제자도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되짚어보고 잘못된 제자도의 정신과 오류를 지적하면서, 이런 문제에 대한 여러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역사적으로 잘 정리된 제자도의 흐름
저자는 기독교 이전의 제자도, 그리스도 시대의 제자도, 수도원의 제자도, 중세의 제자도, 종교개혁 그리고 현대의 본회퍼에 이르기까지 제자도가 거쳐온 역사를 살펴보면서 제자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이를 통해 제자도에 흘려 내려오는 핵심적 사상과 정신을 배우면서 참된 제자도의 모습을 회복하도록 도와준다. 그는 참된 제자도의 회복이 교회를 교회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리이며, 제자도란 예수님의 목회 원리와 방법을 그대로 전수받는 사역이라고 주장한다. 이 사역이 기독교 신앙이 살아 움직이며 이 세상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 확신한다.
목회의 기본을 바로 잡아주다
주님은 제자들을 부르시고 함께 생활하시며 본받게 하셨다. 지금도 제자도로의 부르심에 순종할 때 교회의 내일이 밝아진다. 기독교는 유럽의 이성주의, 미국의 실용주의와 결탁되어 제자도의 본질이 크게 훼손되었다. 제자도 없는 기독교가 현대 교회사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는 목회의 현장에서 그리스도 없는 기독교가 되어버린 안타까운 현실을 보게 된다.
감사하게도 빌 헐의 『온전한 제자도』에서는 제자도의 본질적인 모습을 회복하도록 눈을 열어준다. 특히 제자도의 특징과 구체적인 실천방법들이 나와 있으며, 제자양육에 필요한 환경, 제자도의 단계, 예수님이 보여주신 제자양육 모델, 현재에 널리 사용되는 코칭과 멘토링, 그리고 구체적으로 영혼을 보살피는 영적 인도를 통해 제자도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첫 번째 코칭의 경우에는 영혼에 대한 기술적인 면에 좀 더 치중되어 있으면서 그들이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반면, 두 번째 멘토링의 경우 기술적인 면보다는 의미를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제자도의 핵심 의미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으로 이야기한다. 세 번째 영적 인도의 경우, 인간을 얽매고 있는 죄나 악습으로부터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나름의 길을 찾아가도록 인도자가 도움을 주는 것으로 코칭이나 멘토링보다 비지시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을 읽은 우리가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제자가 누구이며, 그 개인이 어떻게 배울 것인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하면서 다양한 이론과 방법이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도록 이끌어간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은 예수님이 믿으셨던 것을 믿고, 예수님이 사셨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예수님의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중심이 예수님께 있으며, 예수님이 교회의 머리요 사역의 중심이 되게 하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이 본질임을 확인하게 된다.
또 한 번의 종교개혁
현대의 교회는 소비자 문화에 젖어있다. 사람들의 요구에 맞춰지거나 행사 프로그램이 중심이 된 교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많은 교인들이 교회를 쇼핑하고 자기 욕구에 따라 이리저리 배회하고 있으며, 교회 지도자들도 교회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그리스도의 제자를 양육하기 보다는 외적인 성공이나 명예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교회의 쇼핑이나 헛된 욕망을 그만두고 어떻게 섬김을 시작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에 ‘온전한 제자도’로 돌아가라고 대답한다.
변질된 존재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곧 개혁이다. 지금은 또 한 번의 종교개혁이 필요한 때이다. 사람이 중심이 된 세속문화를 몰아내고, 예수님이 중심이 되도록 세워주는 생명의 소리가 교회에 가득하도록 해야 할 때이다. 이러한 삶의 변화를 경험하도록 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교회를 교회답게 세우고 하나님이 바라시며, 예수님이 하셨던 대로 제자훈련을 하길 원한다면 이 책을 꼭 읽기를 권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목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즐거움에 젖어들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교회 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나를 발견한 몇몇 중학생 녀석들이 “목사님~”하면서 달려오곤 한다. 그러면 나는 “우리 붕어빵 먹으러 가자!” 하면서 같이 데리고 나간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이 녀석들이 키가 훌쩍 크고 어른이 되어서 가족을 이루고 세상 그 어느 곳에 살더라도, 주일이 되면 차를 붕붕 몰고서 보고 싶다면서 교회로 달려오도록 하는 그런 목회를 하고 싶다고…
한태수 목사는 서울신학대학교와 감리교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풀러신학대학교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희망연대 상임대표, 카메룬 복음신학대학교 학장, 서울지역 CAL-Net 팀장을 맡고 있으며, 은평성결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