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경준 목사 _ 다운교회
어느 선교단체에서 훈련을 받은 우리 교회의 젊은 부부가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는 “하나님께서 ○○나라에 선교사로 나갈 것을 말씀하셨는데 파송해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젊은 부부가 선교사로 헌신하겠다고 작정을 한 것은 귀한 일이지만, 이제 몇 개월 훈련을 받고 온 사람이 다짜고짜 파송을 해달라니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두 가지 지적을 해주었다. 하나는 “아무리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의욕인지 진짜 하나님의 음성인지,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책임지고 있는 담임목사에게 의견을 먼저 묻는 것이 옳지 않을까?”였고, 다른 하나는 “선교사로 나가게 되면 그곳에서 영혼을 구원하고 제자를 삼는 일을 해야 할 터인데, 이곳에서 먼저 사역을 훈련하고, 열매로 은사가 확인된 다음에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였다.
전교인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그 부부는 끝내 더 이상의 훈련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선교지로 나갔고, 수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내 말을 이해하고 사역과 아울러 배우는 과정을 힘들게 다시 밟고 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며 우기는 경험을 몇 번한 내게, 빌 하이벨스의 『주의 음성』이라는 책은 얼마나 반가운 책인지 모른다. 빌 하이벨스 목사가 이 책을 출판하여 전교인에게 선물했다고 하는데, 나도 전교인에게 이 책을 구입하여 선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이다.
주님의 음성을 듣는 삶
책을 단숨에 읽고 나니 이번 주일 설교의 내용을 바꾸도록 주님께서 내게 조용히 속삭여 주시는 것 같았다. 물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하나님의 음성인가 확증하는 다섯 가지 점검필터를 거쳤다. 그리고 주님의 음성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설교 내용을 바꾸었다. “주님의 음성을 듣는 삶”으로. 성경본문은 사무엘상 3장 1~10절로 하였다.
요즈음처럼 주님의 음성을 듣는 일이 없이 그저 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것으로 교인의 의무를 다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때에, 꼭 필요한 책이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조금 더 일찍 나왔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여, 주보에 실을 원고를 다음과 같이 작성하였다. 물론 이번 주일설교는 늘 하던 강해설교 대신에 주제설교로 준비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은 예수님을 신랑으로 맞이하여 주님의 신부가 된 사람들입니다. 신랑과 신부가 서로 대화가 없이 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믿는 많은 사람들이 주님의 음성을 듣는 일이 없이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신비스러운 방법으로 들을 것을 사모하거나, 자신의 욕망을 주님의 음성과 혼동하며 살기도 합니다. 주님의 “조용한 속삭임”을 듣는 것은 인생의 가장 소중한 특권입니다. 또한 가장 역동적인 믿음생활입니다. 존귀하신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멋진 세계를 경험하기 바랍니다.
진짜 주님의 음성 가려내기
빌 하이벨스는 『주의 음성』이라는 책을 통해서 ‘모든 속삭임을 점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다섯 가지 필터를 작성해서 적용할 것을 말합니다.
(1) “이 메시지, 진짜 하나님이 보내신 것 맞나요?” 하고 하나님께 여쭤보라.
(2) 성경에 모순되는 메시지는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속삭임이 아니다.
(3) 하나님이 진정 그 계획 속에 계시다면 분별없는 행동을 하게 하시지 않는다.
(4) 하나님 뜻이라면 항상 은사, 받은 교육, 인생의 경험 등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5) 당신을 잘 알고, 당신보다 영적으로 더욱 성숙한 단계에 있는 사람의 말을 경청하라.
기록되어 있는 하나님의 음성, 성경
지금은 완성되어 있는 성경 66권의 ‘기록되어 있는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성경은 구원, 두려움, 시련, 교만, 분노, 정의, 지혜, 안전, 능력, 만족, 평화, 소명에 관한 말씀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나님은 늘 내 곁에 계시며, 나를 찾으시고, 나에게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능력을 우리 삶 속에 완전히 넘쳐흐르게 하는 것이 곧 작은 순종임을 믿으십시오. 하나님의 속삭임을 듣고 기꺼이 용기로 순종하여 주님의 성품을 닮고, 주님의 사역을 닮는 역사가 일어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장성한 사람처럼 묻고 들으라
어린아이들은 어른 앞에서도 제 얘기를 하기에 바쁘다. 그리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장성한 사람들은 윗사람이나 존경하는 사람의 의견을 묻고 듣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진다.
그런데 우리의 자세는 어떠한가?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하나님 앞에서 내 얘기를 하기에 바쁘지 않은가? 하나님께 내 편이 되어 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내가 하나님 편이 되어 있는가를 늘 점검해 보아야 한다.
우리 교회 새벽기도 시간에는 앞쪽의 반은 불을 켜놓는다.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보며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 말씀에 반응하는 것이 우리 성도들의 기도가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요즈음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법”에 대해 신비적인 체험을 가르치는 책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또는 자신의 비전과 꿈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노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게 보게 된다. 그동안 “주님의 음성을 듣는 법”과 연관하여 심리학에 물든 이론들도 나오고, 마케팅의 한 방편으로 사용되기도 하며, 엔터테인먼트로 활용되는 교회 문화가 염려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책은 하나님의 음성을 말씀에 비추어 듣고 반응하도록 일깨우고 있어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인 것 같다.
이경준 목사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하였다. 한국 네비게이토출판사 대표로 11년간 섬겼으며, 개혁신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그가 개척한 다운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으며, 이랜드재단, 이랜드복지재단 및 아시안미션의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