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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김준엽 성도(경기도 안산시 사동)
기독교 방송의 한 토크쇼를 보다가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일평생을 선교지에서 헌신하다가 끝끝내 건강이 악화돼 귀국하신 선교사님의 고백 때문이었다. 암을 감기처럼 여기지 못하고 하나님께 감사하지 못한 것을 회개한다는 말씀을 들으면서, 나는 어떤 감사를 드리고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
1년 전쯤 번아웃 증후군이 찾아왔다. 기도하며 최선을 다해 힘써 온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배 중에 찬양을 하면서도 마음이 촉촉해지지 않고, 말씀을 들어도 모래알처럼 까끌거렸다. 더 이상 내 삶에 하나님께서 하실 일들이 기대되지 않았다. 예배와 경건 생활에 활력을 잃고 무기력해졌다.
그러던 중 공동체에서 가깝게 지내던 분이 연락을 주셨다. 만나서 차를 마시던 중 그분은 “형제님을 위해 기도하면서 하나님께서 형제님을 정말 사랑하신다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라고 하셨다. 감사한 말씀이지만 하나님의 사랑이 내게는 와닿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기도를 하는데 갑자기 머리를 한 대 맞은 듯이 띵해졌다. 돌이켜 보니 인생 가운데 내 자격과 노력을 뛰어넘어서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들이 많이 있었다. 거저 얻는 은혜에도 제대로 감사하지 못하고,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음이 깨달아졌다.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최선을 다한 일도 잠시 실패할 수 있는데, 하나님을 여전히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여긴 치졸한 내 믿음과 뻔뻔함에 부끄러워 회개의 눈물이 흘렀다.
내 감사의 수준은 평탄하고 순조로운 인생 가운데 원하는 것들이 이뤄질 때 드리는 것, 그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솔직히 암과 같은 아픔, 바라지 않았던 실패 속에서도 하나님 앞에 감사드리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아픔과 실패에 함몰되지 않고, 작은 감사의 고백을 드릴 때 새 소망이 생겨난다.
발상의 전환을 시작하자. 이제까지 감사 제목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 작은 것부터 감사하기 시작할 때 하나님께서 인생의 반전과 전환점을 마련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