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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동안 남자들은 집안에서 무책임하고 무관심했다. 그래도 아버지 세대는 무관심한 듯 관심을 갖는 절제된 가장이었지만, 미숙한 우리는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모습으로 가장 노릇을 하고 있다. 과거 농경 사회와 달리, 오늘날의 사회적 환경이 많이 달라졌음에도 말이다.
지금은 예전보다 삶이 더 복잡해졌고, 가장에 대한 가정의 요구도 많아졌다. 그래서 직장 생활에만 ‘올인’했던 남자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자녀 양육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중 한 남성은 “저는 무책임한 것도 아니고 무관심하지도 않았습니다. 내 아이를 믿고 내 아이의 미래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살아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자녀들이 엉뚱한 길로 들어서지 않을 것을 믿기 때문에 그들을 바라보면서도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았고,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수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아내의 입장에서 그는 무관심한 남편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들은 ‘회피’라는 단어를 싫어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선택하곤 한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들 앞에서 무책임했고, 무관심하게 회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정 안에서 남자들이 좀 더 대범해졌으면 좋겠다. 아내의 말 한마디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도 못하는 기죽은 남자, 자녀들에게 소리만 지르는 거친 아버지, 자존심을 세워보겠다고 가족들을 긴장시키는 아버지 노릇은 이제 그만하자.
퇴직 이후 가족에게 존중받는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평안한 삶을 살고 싶다면 먼저 가족들을 존중하자. 이제부터 평안한 가장, 좋은 아버지가 되도록 노력하자. 자녀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잘할 것을 신뢰하고, 그들을 평안한 마음으로 대하자. 날마다 가족을 위해 수고하는 아내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섬기자.
나이가 들수록 남자들의 생각과 가족들을 수용하는 마음의 크기는 넓어져야 한다. 아내와 자녀의 눈치를 보며 사는 남자가 되지 말자. 이제부터라도 평안한 마음을 갖고, 자신과 가족들을 바라보자. 그럴 때 가족들의 지지와 존중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