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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마흔을 지나면서 대학원에 진학했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인생 2막을 출발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젊은 학생들보다 두 배 이상의 시간을 사용해 과제를 제출할 때마다 자신이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문제는 졸업을 앞두고 치른 외국어 시험과 종합시험이었다. 최선을 다했다. 휴가를 내고, 밤새워 공부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이렇게 집중적으로 공부하기는 처음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외국어 시험은 불합격, 종합시험도 일부만 합격했다.
초중고 시절에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고, 대학 때도 종종 장학금을 받았다. 이런 상황이 너무 당혹스러워 자신을 추스르기 힘들었다. 다음 시험은 더 긴장한 상태에서 준비하고, 초긴장 상태에서 시험을 치렀다. 종합시험은 합격했지만 외국어 시험은 다시 불합격이다. 자책과 격려를 반복하며 다시 도전해 가까스로 합격했다.
그녀는 옛날과 다른 자신을 옛날의 자신으로 착각했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는 나이를 받아들이면서 예전의 방식이 아니라 지금 자신이 해낼 수 있는 방법들을 선택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갖고 있던 인생 매뉴얼을 이제는 나이에 맞게 리뉴얼(renewal) 할 필요가 있다. 젊었을 때처럼 할 수 있는 것들은 그대로 유지하고, 더 잘할 수 있는 것들은 찾아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리고 잘 안 되는 일은 지금 형편에 맞게 조정하고 조절하면 된다. 젊고 패기 있을 때처럼 무조건 이것저것이 아니라, 이제는 꼭 해야 할 일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꼭 하고 싶거나 꼭 감당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 해낼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내야 한다.
산을 오르는 자가 산을 내려오듯 올라갈 수 없고, 산을 내려가는 자가 산을 오르듯 내려갈 수 없다. 걸음걸이가 달라져야 하듯이, 나이 오십이 찾아오면 자신에게 맞는 인생의 속도를 찾고 자신이 해낼 수 있는 방법들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내게 준비된 일들을 살펴 내가 잘할 수 있는 한 가지 일을 즐겁게 하며 살아가자. 옛날과 다른 나와 친숙할수록 나이 때문에 찾아오는 인생의 한계를 즐겁게 풀어 가며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