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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장거리 여행이라고 해도 목적이 있으면 그 시간이 고되지만은 않다. 하지만 계획이 틀어져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오고 가야 하는 길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럴 때면 난 생각하는 시간으로 삼는다. 나를 돌아보며 내 주변 사람들, 무심코 내가 해 왔던 행동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그때마다 떠오르는 단어는 ‘겸손’이다.
중년은 스스로 겸손한 인생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늘어나는 소득과 높아지는 지위 및 인지도 등이 겸손해지려는 의지를 방해할 수 있다. 성공은 한순간의 느낌이라고 했다.
아침 안개처럼 쉽게 사라질 명예와 건강, 돈과 같은 것들을 붙들고, 이를 자랑스러워하며 잘난 체하는 시기가 중년이다. 하지만 노년기에는 흔적만 있을 뿐 머나먼 이야기이고 회상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다. 그러므로 인생의 정점에 있을 때 우리는 스스로 겸손의 옷을 입어야 한다. 이 겸손은 우리가 후일 성공의 자리에서 밀려날 경우 생겨날 여러 충격에 대해 완충제 역할을 감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겸손을 실천할 수 있고, 어떤 영역에서 겸손이 필요할까? 우선 현재 하고 있는 일들에 감사하며 소중히 여기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건강하게 하루 일과를 수행하는 내 자신에 대해서도 겸손이 필요하다.
특별히 중년의 나이에는 시간과 경제적인 소유에 대한 겸손을 연습해야 한다. 내게 무한한 기회가 주어질 거라는 생각보다 주어진 시간에 대해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시간을 절약해 잘 사용함으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나눠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
소유에 대한 겸손은 더더욱 필요하다. 없어서가 아니라, 있기 때문에 잘 사용하는 법을 연습해야 한다. 꼭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지는 않은지, 잘못된 욕망에 이끌려 무의식으로 소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
겸손은 우리의 남은 인생을 주름살 없는 인생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옛일을 회상하며 절망하는 인생이 되고 싶지 않거든, 지금부터 스스로 겸손하게 남은 인생을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