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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중년 남녀들은 40대 초반 ‘청소년 자녀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시기’보다 자녀들이 심리적으로 부모의 슬하를 떠나는 50대의 ‘빈 둥우리에 임박한 시기’에 위기감이 더욱 높다고 한다. 무엇인가 움켜쥐기 위해 달려 왔고, 더 나은 삶을 위래 아등바등 버텨 왔지만 인생의 풍요로움보다 허탈함을 느끼게 되는 시기가 바로 50대다.
많은 것을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현실을 살펴보니, 자신이 이룬 것이 보이지 않는다. 자녀들에게서도 자신이 바라던 인생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부부 모두가 빈 둥우리가 된 것이다. 처음에 두 사람이 가정을 이뤘듯, 중년 이후 다시 두 사람만 남게 된다.
빈 마음을 채워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배우자다. 지금 서로의 마음은 빈 마음처럼 느껴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수많은 것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행복 저장고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중년의 시기는 인생을 살면서 채워 왔던 행복 저장고를 다시금 정비할 시기다. 젊은 날에는 꽉 채워 넣는 일에 급급했다면, 중년기에는 한순간 쑥 빠져나간 것들 앞에 허탈해할 것이 아니라, 이를 무엇으로 어떻게 채워 갈 것인지를 생각하고 준비할 때다.
이제 지난 시절 행복 저장고에 채워 넣기 위해 애썼던 부부의 수고를 서로 격려하고 감사하도록 하자. 앞을 향해 달려갈 생각만 했지 멈춰서 “수고했다! 고맙다!”라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것이 우리들의 삶이었다.
중년기 인생의 빈 둥우리는 위기가 아니라 복이다. 비어 있는 인생의 자리에 성공이라는 부담스러운 목표가 아닌 봉사와 나눔이라는 의미 있는 목표를 채워 넣자. 더 많은 돈을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미소와 감사의 말들로 채워 넣어 보자. 자녀들에게도 좀 더 열심히, 좀 더 성공하라고 독촉했던 자리에서 벗어나 그들의 삶을 수용하고 격려하자. 그동안 쌓아 왔던 정겨운 사랑의 추억들을 되새겨 보고, 또다시 새로운 추억을 담아 보자.
오히려 비어 있다는 것은 무언가 새로운 것들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인생의 의미와 행복한 이야기들을 가득 채워 갈 수 있는 노후야말로 또 다른 행복의 출발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