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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김희용 성도(서울시 노원구 마들로1길)
4월 말은 늘 내게 힘든 시기다. 단단한 가지를 뚫고 나온 연둣빛 새싹들이 짙푸른 녹음으로 옷을 갈아입으면, 내 눈가는 간질간질해지고 코는 시큰거리기 시작한다.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이다. 준비해 둔 약을 챙겨 먹으며 이 시기가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코로나19로 종일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부 활동을 자제하다 보니, 꽃가루에 노출되는 시간이 줄어 알레르기 증상이 많이 완화됐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시간이 1년 넘게 지속되며 모두 지쳐 가고 있지만, 내게 코로나19의 위기는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이전에는 저녁에도 이어지는 미팅들로 인해 늦은 귀가가 일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불필요한 모임과 회식이 줄어들었고,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덕분에 이전에는 경험하기 어려웠던 특별한 행복을 누리게 됐다.
무엇보다 재택근무를 하며 아이가 성장해 가는 과정을 생생히 지켜볼 수 있게 됐다. 기어 다니던 아이가 일어서고, 걸음마를 떼고 뛰어다니는 과정을 함께하고 있다. 겨우 “엄마, 아빠”만 부르던 아이는 이제 제법 많은 단어를 말한다. 조그만 장난감도 제대로 움켜쥐지 못했던 손은 어느새 아빠의 손을 잡고 걸을 수 있을 만큼 힘이 생겼다. 아내와 함께 이런 순간들을 공유하며, 부부간의 우애도 더욱 깊어져 감사하다.
일과 중에는 대부분 문을 닫고 업무에 집중하지만, 화장실을 가거나 잠깐 머리를 식힐 때 아이의 미소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짧지만 강력한 ‘힐링’이 된다. 퇴근 후 곧바로 아이와 살을 부대끼고 놀아 줄 수 있다는 것 역시 새로운 감사거리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특별한 시간들은 우리 가족을 더욱 끈끈하게 하나로 묶어 줬다. 이는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더라도, 앞으로의 삶을 지탱해 줄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모든 상황 속에서 감사를 누리게 하시는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올려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