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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찾아왔다. 남편은 박사학위 중이다. 성격 차이로 이혼하겠다고 한다.
아내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렇게 이기적일 수가 없어요. 밤새 아이가 아파서 한숨도 못 잤어요. 머리가 터질 듯 아픈데 자기는 세상모르게 자고는 아침에 나가면서 소리 질러요. 게을러 터져서 남편이 나가는데 일어나지도 않고 밥도 안 차려 준다고.” 서러움이 북받치는지 눈물을 쏟아냈다.
남편은 자기 밥도 안 차려 먹다가, 자기 밥만 차려 달래다가, 자기 밥도 안 차려 준다고 투덜대다가, 자기 밥만 차려 먹는다. 그래놓고 잘 한 줄 안다. 아픈 아내는 밥도 못 먹고 있는데 말이다. 이러니 아내들은 아파 죽는 게 아니라 굶어 죽는단 말이 나온다.
남편도 공격했다. “애밖에 몰라요. 뭐든 애 중심이죠. 남편을 우습게 알아요. 여자가 여자 맛이 나야지, 이건 뭐 남자보다 더 거치니. 어떤 때는 가까이 가기도 무서워요.”
사랑의 결핍이 있는 아내, 사랑의 표현이 없는 남편. 둘 다 욕구불만 상태다. 정서적 친밀감이 부족했다. 부부 성생활을 점검했다. 따로 잔 지 3년이 넘었다. 부부관계 횟수도 6개월에 2~3번 정도였다.
아내가 덧붙였다. “남편 좀 편하게 자라고 애를 데리고 옆방으로 갔죠. 그러다보니 부부관계도 안 하게 되더라구요. 예전에는 피곤해 죽겠는데 자꾸 건드리니까 짜증이 났어요. 차라리 나가서 해결하고 오라고까지 했죠. 따로 자니 그럴 필요도 없고.”
처음에는 아이가 울어서, 나중에는 같이 자는 게 어색해서 결국 따로 자는 것이 편해진 부부. 분방이 생활화된 것이다. 둘이 하나여야 하는데 둘이 따로 노니, ‘님’이 아니라 ‘남’이다.
둘이 하나라는 느낌을 정서적 친밀감이라 한다. 이것은 몸과 몸이 만나야 만들어진다. 온종일 떨어져 있는 부부가 잠자리까지 따로 하니 몸이 만날 시간이 거의 없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몸이 친하지 않으니 마음도 낯설다. 성생활은 몸을 완벽하게 하나로 엮어낸다. 둘 사이에 그 어떤 틈도 없다. 살갗과 살갗이 만나면서 마음과 마음도 연결된다.
따로 노는 부부, 각자 사는 부부, 남과 같은 부부! 이들에게 주는 처방은 단 하나다. “분방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