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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자녀 셋이 있다. 착하고 고지식한 성품을 지닌 큰딸, 사람들을 불쌍히 여길 줄 알며 돕고 나누는 일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다. 멋진 외모를 가졌지만 울뚝불뚝한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고교생 아들, 하지만 차분해지면 마음이 따뜻하고 사람에 대한 배려가 깊다.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다부지게 달려가는 막내딸, 그러나 열정이 큰 만큼 마음의 부담도 크다. 나는 이 세 아이들을 사랑한다. 때로는 잠자는 모습을 살피러 들어갔다가 많은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세 아이들은 내 인생에 큰 위로이며 희망이다.
둘째인 아들은 딸보다 성장통이 심했다. 그래서 몇 번 놀란 적도 있었고, 화를 내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아들의 성장통은 내가 아버지로 성장하기 위한 디딤돌이었다. 아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고, 아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큰 유익이 있었다. 어느 날 아들 녀석이 “아빠, 저를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 주셔서 감사해요”라는 다소 싱겁지만 진심 어린 이야기를 했다. 예전의 아들이 아니었다. 이젠 큰 아이다운 언어표현과 생각을 한다. 덩치만 커진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커진 것이다. 그런 아들에게 든든함마저 느껴진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한 가지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바로 아이들이 내 인생의 희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아이들이 성장하는 만큼 나의 희망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그들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꿈에 가까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자녀들의 꿈은 내 꿈의 틀 안에 들어와 있었고, 아이들의 꿈의 틀 안에는 우리 부부의 꿈이 들어가 있었다.
요즘은 아이들을 보면 든든하고 행복하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능력을 갖고 있거나 성공한 자녀들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부부와 말을 섞어 토론할 줄 알고, 때로는 우리 부부보다 더 나은 제안을 하기도 한다. 또한 힘겨운 일들을 견뎌내고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볼 때면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모든 부모에게 자녀는 특별한 존재다. 자녀들의 성장 과정 중에 나타나는 변화는 부모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을 가져다준다. 멋진 나무나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의 성장을 통해서는 찾을 수 없는,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행복감이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