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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서춘화 선교사(인도네시아)
2003년 4월 30일 우리 가족 4명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했다. 인도네시아에 도착하자 나는 곧 언어 학교에 다녔고, 아내와 아이들은 비용을 아끼려 유치원 선생님에게 칠판의 그림을 보면서 글을 배웠다. 그리고 2개월 후에 딸 지은이와 아들 진이는 현지인 학교에 5학년, 3학년으로 입학했다. 지은이는 다행히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다. 그러나 진이는 수업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어 멍하니 앉아 있다가 잠을 자기 일쑤였다.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지 못할까 염려가 됐다. 다행히 학교에서 선교사 자녀의 특수성을 고려해, 좋지 않은 성적이지만 진급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줬다.
언어훈련 1년 후에는 보르네오섬의 내륙 지역인 신땅의 초등학교 옆에 살았다. 이곳에서도 지은이는 학교에 잘 적응했지만, 진이는 매일 울면서 집에 왔다. 친구들이 바보라고 놀렸기 때문이었다. 진이는 선생님들이 내 주는 숙제를 이해할 수 없어 자주 숙제를 못해 갔는데, 그때마다 복도에서 벌을 받아야 했다. 5학년에 진급할 수 없을까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진이는 진급이 결정된 학년말 성적표를 받던 날, 엉엉 울면서 집에 왔다. 감사하게 지은이도 국가 졸업 고사를 중간 성적으로 통과했다.
진이는 1~2년마다 학교를 옮기며, 말로 다 못 할 어려운 과정들을 산 넘어 산 넘는 것처럼 겪으며 인도네시아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여러 이유로 인도네시아 대학에 진학할 수 없어, 한국의 대학에 지원했는데 4번이나 떨어지고 마지막으로 한동대학교에 대기로 입학했다. 둘 다 그렇게 입학했다. 문화가 다른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며 지은이는 여러 번 학교를 그만두려 했고, 진이는 극심한 우울증에 걸렸다.
세월이 지나 어느새 지은이는 결혼을 해, 예수님 믿는 행복한 가정에서 예쁜 딸을 키우고 있다. 진이는 우울증 때문에 휴학을 반복했지만 감사하게도 졸업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둘 다 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인도네시아어 번역 전공을 하고 있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아이들을 눈동자같이 돌보시고 길러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올려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