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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이재윤(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살면서 가장 골치 아픈 일 두 가지는 거주지를 옮기는 이사와, 근무처를 옮기는 이직일 것이다. 나는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두 자리를 옮겨야 할 때 막막하고 두려운 감정이 들곤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미리 준비하시고 순적하게 옮기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다. 특히 이직을 통해 살아 계신 하나님을 느낄 수 있었다.
꿈꾸던 광고 홍보 회사에 들어갔지만 상사의 괴롭힘, 생각과 다른 업무 등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 몸과 마음이 병들고 스트레스로 두드러기가 가시지 않는 날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예배 중에 재판장을 찾아간 과부에 대한 설교를 듣게 됐다. 재판장을 번거롭게 한 과부가 은혜를 입었듯이, 때로는 하나님의 눈 아래에 잽 펀치를 날리는 것 같은 기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틈나는 대로 간구했다. 하나님께서 계속 있으라시면 견뎌 보겠지만, 제발 자리를 옮겨 주시길 기도드렸다.
당시 내가 맡은 자리는 사람이 자주 그만둬서 퇴사 의사를 밝혀도 들어주지 않았다. 몇 번이고 같은 면담을 하며 설득하려던 회사 임원은 어느 날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팀에서 홍보를 대행하던 모 그룹에 문제가 생겨, 관련 업무를 지시하던 전략실이 해체된다는 것이었다. 우리 팀 전체의 업무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됐고, 팀원들을 재배치하며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열렸다. 이 소식을 전하던 임원은 내게 “재윤씨 뒤 봐주는 사람 있어? 누군지 몰라도 대단한 분인가 보네”라고 말했다. 그분의 말에서 나는 나의 가장 든든한 배경이 하나님이심을 다시 한 번 확신했다. 마치 성경 속의 완악한 자들이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고백하듯이, 믿지 않는 사람의 말을 통해 하나님의 능력과 사랑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후 나는 순조롭게 이직하고 새로운 곳에서 일하게 됐다. 내 모든 걱정과 근심, 불안은 믿음 없음에서 오는 것임을 안다. 이 모든 감사한 경험들을 통해 용기 없는 내게 믿음을 허락하시고, 가장 좋은 곳으로 옮겨 주시는 하나님께 찬양을 올려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