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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2월

이민 생활에 임하신 여호와 이레

과월호 보기 서갑연 집사(미국 LA)

며칠 전 남편과 산책을 하며 20여 년의 이민 생활 동안 우리 가정에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를 나눴다. 우리 가정은 이민 생활을 시작하며 처음으로 교회에 나가게 됐다. 그리고 다락방이라는 소그룹 모임과 새 일꾼반, 제자훈련에도 참여했다.

믿음이 없던 사람들이 교회에 나가며 갖는 가장 큰 기대는 예수님을 믿으면 내 삶의 모든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리라는 희망일 것이다. 내가 그랬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늘지 않는 영어 실력과 줄어드는 은행 잔고로 인해 삶은 매 순간 메말라 갔다.

그 즈음 작은아들이 가슴 기흉으로 한 달 동안 병원 생활을 하게 됐다. 병원에서 처음 받은 질문은 “의료 보험 있어요?”였다. 미국은 의료 수가가 너무 높고 의료 보험도 개인이 알아서 가입해야 하는데, 우리는 보험료가 너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의료 보험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이민자로 살아가는 것도 버거운 와중에 그래도 신앙생활 열심히 해 보겠다고 발버둥 치며 살아온 우리에게 주시는 것이 고작 고통과 시련뿐이라는 생각에 하나님을 향한 원망마저 들었다.

그때 불현듯 시누이가 알려 준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보험에 가입했던 것이 생각났다. 당시 두 아이의 보험료로 월 20불을 지출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형편이라 힘들게 가입했는데, 하나님께서 여호와 이레의 은혜를 예비해 두셨던 것이다. 또한 하나님께서는 믿음의 공동체를 통한 힘 있는 중보기도로 기도의 능력에 대해 눈을 뜨게 해 주셨다.

이 모든 과정을 지나며 우리 부부는 제자훈련과 사역훈련을 마치게 됐고, 그 후로도 큐티 나눔과 다락방모임을 통해 하나님을 알아 가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를 깨닫게 됐다. 사실 이전의 생활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이제는 눈에 보이는 세상보다 천국 소망을 품고 행복한 이민 생활을 할 수 있게 하신 주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려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