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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7월

걱정과 걱정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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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사모와 크리스천 여성들을 위한 힐링 캠프, 러빙유 시즌이 돌아오면 걱정병이 도진다. 걱정의 시점에 따라 다양하다. 시작 2달 전에는 주로 스태프들에 관한 걱정이다. 스태프가 너무 많으면 많은 대로 세심하게 배치한다. 그런데도 혹시 역할 때문에 마음 상해할까 걱정한다.
숫자가 적으면 걱정도 배가 된다. 참가가 어렵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힘이 쭉 빠진다. 명백한 이유들이 있다. 아파서, 외국 여행 떠나서, 아이 맡길 데가 없어서, 직장을 구해서, 교회 부흥회랑 겹쳐서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임에도 괜히 상황을 탓한다.
준비 모임이 시작되면 주로 돈과 인원 모집에 관해 걱정한다. 개척 교회 사모들을 어떻게 도와야 하나, 후원은 어디서 받나, 인원 모집이 제대로 안돼 적자가 나면….
시작 1주일 전이 되면 치열한 영적 전투가 벌어진다. 나에 대한 걱정이다. 사탄이 틈타면 어떻게 하지, 요즘 건망증이 심한데 말씀을 잘 전할 수 있을까, 참가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열어가지…. 이미 40회나 진행한 세미나다. 이 모든 것이 기우에 지나지 않음을 알면서도 산더미 같은 걱정과 싸우느라 진을 뺀다.
시작 3일전에는 각종 사건이 터진다. 디렉터의 다리가 부러졌다든지, 찬양 사역자가 심한 목감기로 목소리가 안 나온다든지, 스태프의 아이가 갑자기 입원했다든지 등 걱정해야 할 이유는 부지기수로 발생한다.
시작 하루 전이면 날씨 걱정, 참가자가 취소할까 걱정, 악한 사탄이 틈탈까 걱정, 스태프에게 일 생길까 걱정, 준비물 제대로 못 챙길까 걱정….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탈진 상태가 된다.
하루는 작정하고 걱정보따리를 풀어헤쳤다. 걱정거리 중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에 대한 것,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 22%는 사소한 사건, 4%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이다. 분류해 보니 모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실제로 일어나더라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사건들이었다.
티베트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마지막 하나 남은 걱정까지 사라졌다. 이제 나는 러빙유 시즌이 돌아오면 기대와 설렘으로 흥분한다. 승리의 하나님을 상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