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5일 남편과 함께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남편은 다녀오자마자 글을 썼다. 이 글은 남편의 동의를 받아 싣는다. 나와 같은 마음이었으니….)
우리 부부는 함께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폭풍처럼 일었다. 어떻게 2급 항해사에게 저 귀한 생명들을 맡겼을까? 돈이 얼마나 중요하길래 생명수라 하는 평형수를 빼내고 물건을 적재했을까? 담요를 걸치고 자기 목숨을 보전하겠다고 발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구조선에 오르던 선장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게다가 물에 젖은 돈을 말리고 있었다니….
동아일보 스포츠레저 김화성 전문기자는 그 분노를 이렇게 표출했다.
“한주일 내내 울가망하다. 가슴속이 천근만근 납덩이다. 어진혼이 빠져나간 듯, 도무지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어린 것들이 자꾸만 암암하게 눈에 밟힌다. 캄캄한 바닷속, 얼마나 춥고 무서웠을까. 이 땅의 어른들은 모두 죄인이다. 도대체 누가 이런 나라를 만들었는가.
돈에 미쳐 돌아가는 천민자본주의 나라, 기본이 없는 반칙과 야만의 나라, 겉만 번지르르한 나라, 사람을 우습게 아는 나라, 남을 짓밟고라도 나만 잘 살면 되는 나라, 책임질 사람들이 맨 먼저 도망가는 나라,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일수록 더 염치없고 뻔뻔한 나라….
슬픔은 돌로 눌러놓아도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명자꽃이 붉게 피어도, 복사꽃, 살구꽃 아무리 화사해도 시들하다. 소득 3만 달러면 뭐하고, 정보기술(IT) 강국 최첨단 기술을 아무리 자랑하면 뭐하나. 식당마다 사람들이 두런두런 밥을 먹는다. 생때같은 아이들을 저렇게 만들어 놓고도 젓가락질 손은 반찬 그릇으로 뻗친다.”
아이들한테 가끔 ‘밥버러지’로 살 거냐며 윽박지르기도 했는데, 우리 모두가 밥버러지였다니…. 그 잘난 ‘어른 놀이’ 따윈 그만두고 싶었다.
그 나쁜 선장이 바로 나였음을 알았다. 선장과 내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싶었다. 수백 명의 단원고 학생들의 영정사진을 보다 말고 울컥해서, 더 이상 부끄러워 쳐다볼 수도 없었다.
나부끼는 노란 리본이 어른들을 향한 옐로우 카드처럼 보이는 것은 왜일까? 한없이 되뇌고 또 되뇌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참으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