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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내 마음속 일기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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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는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 퇴직 이후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여유를 갖게 되면서부터였다고 말한다. 그전까지는 살아가기에도 벅차서 주변에 무관심했는데, 뒤늦게 여유가 생기면서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생존자였던 유태인 예이엘 디무르라는 사람이 있다. 1961년 나치 히틀러 잔당들을 재판하는 전범 재판에 아이히만이라는 참모가 피고로 세워졌다. 증인으로 나온 예이엘 디무르는 아이히만을 한참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그만 기절했다. 한참 후 그가 깨어나자 재판관이 물었다. “왜 쓰러졌습니까? 과거의 악몽 같은 장면이 살아났기 때문입니까?”
그러자 그는 충격적인 대답을 했다. “제가 가만히 저 사람을 쳐다보니 그가 저렇게도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런 사람이 수많은 우리 동료들을 가스실로 들어가게 한 장본인이라는 사실 앞에 충격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저 자신도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것입니다.”
우리 안에는 사랑, 감사, 연민, 기쁨, 희망과 같은 따뜻한 마음도 있지만 아이히만처럼 광기도 있고, 미움도 있고, 죄도 있고, 절망도 있고, 불안도 있다. 오늘 하루 어떤 감정을 내 주된 감정으로 붙들고 생활했는지에 따라 오늘 나를 만난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사람의 감정이나 느낌은 일종의 신호처럼 나름대로의 기능을 갖고 있다. 두려움은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마음과 더불어 신중함을 갖도록 해 준다. 슬픔은 우리가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려 준다. 감사는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과 배려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아침마다 일기예보를 확인하는가? 종종 자신의 마음속 일기예보를 관측해 보자. 오늘 나는 어떤 마음을 붙들고 생활하고 있고, 또 어떤 감정에 이끌려 생활하게 될지, 그래서 누군가 나로 인해 행복해질지 아니면 힘든 감정을 갖게 될지를 살펴보자. 마음을 다스리고 방향을 잘 파악해 생활한다면 내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의 행복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