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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아내와 사소한 것들을 함께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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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결혼식장에 한 부부가 아이와 함께 참석했다. 신랑 신부가 연신 싱글벙글 웃는 광경을 지켜 본 아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결혼이 뭐야?” 그러자 엄마는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해서 함께 살기로 약속하고,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식을 올리는 게 결혼이야. 그리고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고 위로해 주고 도와주며 살게 되지.” 그러자 아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다시 물었다. “그럼 엄마 아빠는 아직 결혼 안 한 거야?”
결혼해 살다 보면 자녀들 눈에 부부라기보다는 한집에 동거하는 사람들처럼 보일 수도 있다. 신혼의 이벤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자녀들을 위한 이벤트로 옮겨간다. 그리고 자녀들이 성장하면 그들이 부모를 위해 이벤트를 한다.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공동체다. 생명과 생명으로 하나 돼 서로를 수용하고 보호하는 생명공동체다. 
<굿 윌 헌팅>이라는 영화를 보면 숀 맥과이어(로빈 윌리엄스)라는 정신과 교수가 윌 헌팅(맷 데이먼)이라는 청년과 상담하는 장면이 있다. 숀은 이미 세상을 떠난 아내를 회상하면서 아내가 긴장하면 방귀를 뀌었던 이야기를 한다. 아내와의 사소한 일들을 떠올리며 ‘부부는 남들이 모르는 사소한 추억들을 공유하는 사이’라는 메시지를 던져 준다.
중년의 부부에게 신혼의 열정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소한 것에 대한 적절한 감정 표현이 필요하다. 지나온 결혼생활에 대한 감사는 사소한 일상 속에서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교향곡과 같다. 아내와 사소한 것을 함께하는 즐거움에 빠져보자. 잘 마른 빨래를 접어놓는 일도 좋고, 신발장에 있는 신발을 정리하거나 아내가 사온 반찬거리를 다듬는 일도 해 보자. ‘내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냐’라는 생각은 버리자.
자신의 편안함을 위해 서로를 이용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좋은 친구처럼 함께 배려하는 일상의 즐거움에 빠지다 보면 신혼의 행복이 회복될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면 힘줬던 어깨의 힘을 빼고, 아내와 함께할 수 있는 삶의 자리로 내려와 사소함의 즐거움에 빠져 보라. 아내 옆에서 눈을 뜰 때 또 다른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면 인생 후반전은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