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누구나 아버지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자녀가 태어나는 순간 아버지도 태어난다. 아버지는 스스로 붙이는 이름이 아니다. 자녀의 출생과 더불어 주어지는 호칭이 ‘아버지’다. 아버지는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특별한 권위와 무한 책임이 있다. 아무리 힘겨워도 나만이 할 수 있고 내가 해야 할 자리가 바로 아버지 자리다.
최근에 한 연예 프로그램에서 초등학교 2학년의 시 하나를 소개했다. 내용은 이렇다.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이뻐해 주어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 주어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회사형 인간으로 살다가 시간 날 때 불쑥 자녀의 삶에 침입자처럼 개입해 통제와 지시만 하는 아버지들이 많다. 그러나 통제와 지시가 아니라 자녀들의 마음을 다루는 아버지 역할이 필요하다. 자녀들이 못됐다고 탓하기에 앞서 아버지 스스로의 반성이 필요하다. ‘나는 자녀에게 어떤 아버지인지’ 자문해 봐야 한다.
반면 이런 예도 있다. 한 청소년에게 “아버지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밥과 같은 존재”라고 대답했다. 그 이유를 묻자 “밥을 먹지 않으면 죽는 것처럼 아버지는 내 인생에 없으면 안되는 특별한 분이다”라고 대답했다.
아버지로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면, 본질로 돌아가서 ‘나는 아이들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자부심을 갖자. 아버지로서의 자존감 회복은 자녀들에 대한 태도를 새롭게 만들어 주고, 사랑을 표현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게 만든다.
아버지로서의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녀들의 관점에서 더 많이 이해하고 다가가려는 의지가 있다. 경쟁과 성적에 대한 비교 속에서 갈등하며 하루를 보낸 자녀와 평안한 미소로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누는 아버지 노릇은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따뜻한 선물일 것이다.
통제와 지시로 자녀들을 성공병 환자로 만들지 말자. 아이들에게 무더운 여름날 시골 마을의 정자처럼 잠깐 동안 쉼을 가질 수 있는 인생의 여유가 돼 주자. 아버지의 권위는 큰 목소리에 있지 않다. 자녀들의 힘들고 지친 일상을 포근히 안아주고 부드러운 미소로 격려해 주는 아버지의 사랑이 아버지의 권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