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끝자락에 이직을 앞두고 있는 한 남성이 있다. 지금까지 익숙하게 해 왔던 일들, 큰 노력 없이도 누릴 수 있었던 특권, 그 직위에 있었기 때문에 자신을 존중했던 많은 사람들, 월급 외에도 이곳저곳에서 강의와 컨설팅으로 받은 적지 않은 수입, 최선을 다해 돕는 직원들 등 모든 것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스스로 이직을 원한 것이 아니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떠나야 했다. 떠나야 할 자리라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떠나려니 모든 것이 두렵고 힘들다고 했다.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삶의 틀이 흐트러지고, 새로운 환경에서 이전보다 못한 상황을 맞이해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직장을 옮긴다고 큰소리는 쳤지만 솔직히 옮기고 싶지 않았다. 후임자를 만나 인수인계를 해야 하는 순간,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감정들이 차올랐다고 한다. 결국 후임자에 대한 이유 없는 미움까지 생겨 불편한 말들을 마구 했다고 한다.
인생이란 떠나고, 떠나고, 또 떠나는 것이다. 떠나고 싶지 않아도 나이가 우리를 떠나게 하고, 무뎌진 능력이 우리를 떠나게 만들고, 때로는 상황 때문에 떠나게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왜 그렇게 불안하고 힘든 것일까? 이 남성은 자신이 유지해왔던 삶의 틀이 있었다. ‘나는 이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자, 불안과 두려움이 그의 일상을 지배했던 것이다.
내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들을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말자. 자신을 힘들게 묶어 둘 기준을 만들고 사는 것처럼 고달픈 인생이 없다. 떠나야 할 순간에 떠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영원히 계속 그 자리를 지켜야겠다고 고집할 수도 없다. 인생이 흔들리는 순간 내가 찾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나 자신에게 말해 줄 삶의 이유다. 내가 나를 설득할 만한 삶의 이유를 찾아낼 수 있다면 인생은 초라해지지 않는다.
이유 없는 고난을 당하는 자는 신음하고 통증을 절실하게 느끼며 살아가지만, 이유 있는 고통과 고난을 겪는 자들은 노래하면서 고난의 강을 건너갈 수 있다. 누군들 번듯한 직장에서 벗어나 초라한 직장으로 옮기고 싶겠는가? 직장은 달라져도 스스로 내 인생까지 초라하게 만드는 일은 하지 말자. 나를 격려해 주자. 괜찮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하나님께서 나를 인도하시리라는 변함없는 사실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