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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관계의 유리 벽을 철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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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기대와 설렘 속에서 이뤄진다. ‘내가 저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면’이라는 상상과 함께 사랑은 시작된다. 뜨거운 사랑은 서로의 차이점을 매력으로 여길 정도로 마비시킨다. 무조건 사랑스럽고 그냥 좋아 보인다. 하지만 부부가 돼 한 공간에 있게 되면 서로가 상대방에게 기대했던 배려는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왜 저렇게 행동할까?’, ‘참 알 수 없는 사람이네’라는 중얼거림과 함께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문제는 소소한 기대에 대한 좌절들이 상처가 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유리 벽을 형성하는 것이다. 신혼 시절에는 그 벽이 낮아서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중년이 되면 그동안 각자의 마음속에 쌓아올린 이중 유리 벽은 뛰어넘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높아진다. 부부로 한 집에 살지만 자신이 쌓아올린 유리 벽 속에 갇혀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부모와 자녀 관계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사춘기라는 갈등 과정을 반드시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 유리 벽이 생겨나고, 웬만하면 서로 건드리지도 않게 된다. 남자들이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왠지 외톨이가 되는 것 같고, 가족들이 자신과만 대화하지 않는 것 같아 힘들어 하는 이유도 자녀들과 자신 사이에 세워진 유리 벽 때문이다.
직장에서도 젊은 직원들이 자신에게 선뜻 다가오지 않는다. 그들에게 자신을 편하게 대하라고 말해도 그들은 더 가까이 오지 않는다. 젊은 직원들과 나 사이에는 직위와 권한의 유리 벽이 존재하고, 편안하게 다가섰다가 상처받은 마음의 유리 벽이 존재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유리 벽이 존재한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유리 벽을 철거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나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일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습관이나 언어 표현, 생활 방식 등을 점검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상대방이 내게 변화를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스스로 살펴보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문제점들을 스스로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유리 벽이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잘못된 점들을 고백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를 내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잘 유지하면, 이전에 쌓아올린 유리 벽은 무너질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으로 채워져야 할 우리 인생을 만들고 싶다면 유리 벽부터 철거해야 한다. 마음이 열리면 행복을 맞아들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