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CK
과월호 보기
윌 페렐이라는 배우가 주연한 <스트레인저 댄 픽션>(Stranger than Fiction)이라는 영화를 봤다. 흐트러짐 없이 꼬박 12년을 수학공식처럼 살아온 한 남자의 인생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국세청 직원 헤롤드 크릭은 정확히 아침 8시 17분에 출근 버스를 탄다. 칫솔질은 정확하게 78번을 하고, 밤 11시 23분이면 어김없이 잠자리에 든다. 그는 특별할 것이 없는 특별한 인생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런 변화도 도전도 없다. 모든 것들이 통제 가능한 상태다.
배우 윤제문이 주연한 <나는 공무원이다>라는 우리나라 영화도 이와 비슷하다. 자신의 삶과 직업에 200% 만족하며 살고 있는 10년 차 7급 공무원 이야기다. 웬만한 민원은 일사천리로 해결하며, 일명 ‘평정심의 대가’로 통한다. 그는 변화 같은 건 ‘평정심’을 깨는 적으로 여기기 때문에 변화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와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가 등장하면서 두 영화의 주인공은 새로운 삶의 변화를 경험하기 시작한다. 예측 가능했던 일상이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익숙한 생활이 흥분으로 가득한 일상으로 전환되기 시작한다.
직장인 74.3%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반듯하게 살면서 생긴 마음의 우울감과 답답함에 대한 명약은 자유다. 이처럼 변화가 필요한 남자들의 일상이지만 누군가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면 어렵다. 삶의 궤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은 일탈을 꿈꿔 보지만 얼마나 허황된 꿈인지 금세 알기에 생각을 접는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도 일탈하는 방법이 있다. 가끔은 자유로운 방랑을 해 보자. 일주일에 하루, 혹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자신이 살고 싶은 방법대로 행동해 보는 것이다. 물론 죄를 짓는 나쁜 행동들을 자유로운 행동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무계획으로 정처 없이 길을 나서보기도 하고, 아무런 전자제품 없이 도시를 걸어 보기도 하고, 하루 종일 방에서 조용히 침묵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방랑이 될 수 있다.
빡빡하게 짜인 삶의 틀 속에서 무한 책임을 어깨에 짊어지고 사는 남자들이여, 잠시라도 마음과 생각을 짓누르고 있는 무거운 짐들을 훌훌 벗어 버리자. 자유로운 순간 내가 느끼는 자유로움이 삶의 여유를 만들고 힘겨운 현실을 이길 힘이 솟아나게 만들어 준다. 자유로운 방랑은 내가 나를 유쾌하게 만나는 방법 중에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