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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9월

태풍이 불어도 사랑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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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죽음에 대한 인간의 태도를 연구해 온 『인생수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는 “살면서 사랑을 주고받았는가?”, “살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는가?”, “살면서 이곳을 조금이나마 살기 좋게 만들었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으로 자신의 평생 연구를 정리했다. 퀴블러로스에 의하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때 사람들은 그것이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알기 위해 이 세 가지 질문을 머리에 떠올린다고 한다.
살다 보면 바람이 갈대를 흔들 듯이 내 마음을 흔드는 일들을 많이 만난다. 기분 나쁜 세상의 일들이 마음을 어수선하게 만들고, 소중한 사람들이 이유 없이 큰 질병으로 시달리는 일들을 보면 마음 깊은 곳까지 헝클어진다. 내 스스로 어수선하고 헝클어진 감정을 추스를 길이 없을 때 생겨나는 감정은 복잡 미묘하기 이를 데 없다. 
내가 만난 중년 남성 M씨는 자신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지켜 왔던 가치가 부정당하게 되고,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퀴블러로스와 같은 질문은 아니었지만 지금 경험하고 있는 고난 가운데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M씨가 외롭고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아내와 함께 생각을 나누고, 미래를 위해 준비한다고 했다. 비록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고 있지만 자녀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사실을 더욱 많이 느끼고 있다고 했다. 힘든 일을 이야기할 때는 지쳐 있던 그의 얼굴이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해같이 빛났다. 그를 지켜 주는 두 가지 힘은 자신의 어려움을 하나님께 기도로 맡길 수 있고, 자신을 이해하고 위로해 주는 가족의 사랑이었다. 
우리 인생에도 태풍이 몰아칠 때가 많다.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도 없고, 언제까지 머무를지도 모르는 태풍을 경험할 때마다 휘청인다. 그러나 그때마다 내 마음을 붙들어 주고 내 생각을 푸근하게 감싸줄 수 있는 가족의 사랑만 있다면 그 어떤 태풍도 견뎌 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은 태풍에 날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소중한 가족이 서로 따뜻하게 붙들고 있다면 바람에 날아간 것들은 다시 새롭게 채울 수 있다. “힘들 때 나를 나답게 지켜주는 것들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