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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내 인생의 적(敵)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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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창회 모임 소식을 받고도 전혀 관심 없는 친구를 만났다. 친구들 얼굴이라도 보게 참석하라 했더니 그는 “친구들을 만나면 인생의 낙오자 같은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남자들이 주눅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자들은 서열 사회에 익숙하다. 누가 순위를 정해 주지 않지만 스스로 서열을 정하고 행동할 때가 많다. 그래서 남자들은 자신의 주머니에 명함이 없거나 지갑에 돈이 없으면 사람 만나기를 주저한다.
남자들의 인생에는 전성기가 있다. 인생에 한 번쯤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때가 있다. 남자들은 그 시기에 자신을 성공한 사람으로 스스로 인정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인생의 전성기란 내가 원하는 만큼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정상을 향해 올라오는 수많은 남자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들의 성공은 한순간의 느낌이라고도 말한다.
그렇게 남자들의 인생은 오르락내리락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성공에 대한 기억은 잊고, 산 밑에 내려온 마지막 초라한 모습만 생각한다. 그러고는 스스로를 실패한 인생으로 정의한다. 이렇게 남자 스스로가 자신의 인생을 주눅 들게 만드는 것이다.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만, 나라는 존재는 유일하다. 물론 같은 이름으로 나보다 유능한 인생을 사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를 대신해 내 인생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만이 내 인생을 살 수 있다. 따라서 나보다 내 인생을 더 잘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내 인생에 있어서 나는 영원한 1등이요, 챔피언이다.
개인의 인생을 놓고 보면 실패한 인생은 하나도 없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인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노력했지만 생각했던 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실패한 인생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노력했다면, 최선을 다했다면 그 자체로 아름다운 인생이다.
마흔 이후, 우리 인생 최대의 ‘적’(敵)은 나 자신에 대한 내 인식과 태도다. 스스로를 무기력하고 실패한 인생으로 정의하려는 나 자신보다 더 큰 인생의 적은 없다. 나 자신을 격려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실패 없는 인생을 살 수 있다. 나보다 더 나은 나를 발견할 수 없다면 스스로를 격려하며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