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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정을 이룰 때 갖고 있던 자산은 300만 원이 전부였다. 조그마한 방에 작은 부엌이 딸린 전세방이었다. 집이 좁아서 세간도 필요 없었다. 아내와 함께 시장을 둘러보며 콩나물 200원어치, 나물 500원어치 등 남들이 사는 양의 절반을 사면서 절약했던 때가 기억난다. 그 집에서 방 두 칸, 다시 방 세 칸 있는 전셋집으로 이사했을 때 그야말로 넒은 세상을 얻은 느낌이었고, 작은 집을 마련했을 때의 그 기쁨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옛날에 비하면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이 참 많다. 지난주부터는 두 주간에 걸쳐 인도네시아에 와서 강의로 봉사하고 있는데, 이곳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니 더더욱 내가 많은 것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남들에 비해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내게 꼭 필요한 것들이 있으니 나는 부자다. 순전히 내 기준으로 볼 때 나는 부자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직장 생활을 통해 필요를 채우기 위해 살아가는 기간을 마치면, 그 후부터는 정말 하고 싶은 일,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일에 남은 열정을 쏟고 싶어 한다. 물론 마음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우선 자신이 어떤 재산을 갖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직업과 상관없이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재능으로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지 헤아려 봐야 한다. 이처럼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일은, 나이 들어 인생을 의미 있게 살 수 있는 희망 하나를 발견한 것이나 다름없다. 재능을 발견했다면 열정도 점검해 보자. 아무리 좋은 재능이 있다 해도, 열정이 없으면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다.
재능과 열정을 발견했다면 꿈을 통해 실현 가능한지를 살펴보자. 재산 목록을 작성하는 일은 인생의 꿈을 이뤄 가기 위해 필요한 재능과 열정과 꿈을 정리해 보는 일이다. 단테는 30대 중반에 “인생의 여정이 절반쯤 이르렀을 때 나는 어두운 숲속에서 길을 잃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를 인도해 줄 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중년에 자유로운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갈 수 있는 재산 목록표를 가질 수 있다면 내 인생이 어두운 숲길이 아닌 아름다운 산책로를 걷는 것과 같을 것이다. 내가 무엇을 갖고 있는가는 내가 무엇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가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