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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희망의 허구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내가 이룰 수 없는 희망은 내게 영원한 좌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꿈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꿈을 이루는 일은 매우 고단하고 어렵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이루는 일도 어렵고, 누군가 이루도록 돕는 일도 거의 없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이루고자 할 때 주변을 살필 때가 많다.
중년에 들어 주의할 것이 있다면 잘못된 기대를 갖고 투자하는 일이다. 50대 후반의 한 남성은 그동안 몇 가지 사업을 통해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다. 하지만 시작했던 사업이 모두 실패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자녀들의 교육과 결혼은 시킬 수 있었다. 계속해서 사업 콘텐츠를 개발했고, 성취 이후에 펼쳐질 일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만했다. 곁에서 지켜보던 지인이 투자를 했고, 더불어 행복한 노후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됐다.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장애물들을 만났고, 계획들은 하나둘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인생이라는 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사업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고, 투자한 사람까지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됐다.
세상을 살면서 자신의 세계를 긍정의 눈으로 보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다. 그러나 나를 기다리는 것이 보랏빛 세상만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할 때가 많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내면에 대해서는 역동성을, 현실과 재정에 대해서는 보수성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누가 이뤄 놓은 것들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만 기대하는 것이다. 스스로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인생의 고통이 사라진다.
움켜쥠이 아니라 펼침으로써 나이가 주는 인생의 아픔을 치료할 수 있다. 움켜쥐면 쥘수록 저리고 아픈 것이 인생이다. 더 얻으려 하지 말고 있는 것들을 갖고 감사함으로 살아가는 소박한 인생살이 연습이 필요하다.
나이 들어 욕망의 수도꼭지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기갈로 갈라진 땅과 같은 인생이 될 수밖에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이룰 수 있음을 감사하고, 내가 이룰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인정하자. 중년 이후에는 뱃살을 줄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마음과 생각의 다이어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