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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저주까지라도’ 받아들인 복음의 사람 바울

과월호 보기 박삼열 목사

 

이번 호에서 우리는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7:24)라는 인간 절망의 선언 앞에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8:1~2)는 놀라운 복음이 선포되는 본문들을 묵상하게 된다. 특히 로마서 8장은 성경 전체에서 ‘반지’에 비유되는 로마서의 16개 장 가운데서도, 반지에 박힌 ‘다이아몬드’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런데 9~11장에서는 가히 결사적으로 이스라엘의 구원 문제를 다루는 바울을 만난다. “내가 그리스도 안에서 참말을 하고 거짓말을 아니하노라…나의 형제 곧 골육의 친척을 위하여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원하는 바로라”(9:1~3).

 

 

복음의 빛으로 구약을 꿰뚫다


바울은 이미 1~8장까지에서 자신을 포함해 온 인류가 얼마나 소망 없는 죄인인지를 밝혔고(3:9, 23), 그래서 오직 예수 그리스도밖에는 아무런 구원도 희망도 생명도 없는 존재임을 논증했다(6:23, 8:2). 한마디로 말해서, 바울과 우리 모두는 예수 없이 아무것도 아니다. 예수가 생명이요, 전부다(5:21, 6:22, 8:32, 11:36). 그런데 제국의 중심 로마를 향해 그 위대한 진리를 외친 바울이 동족을 향해 바라는 게 도대체 무엇이기에, 혹은 무슨 이유로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도 끊어질지라도”라는 말을 하고 있는가?
 

그것은 물론 1~8장까지에서 논증한 복음 때문이다. 그런데 9~11장에 걸친 바울의 설명을 잘 따라가면 동족 유대인들이 ‘절대 의미’를 부여하는 구약이 바로 그 복음을 말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바울은 이스라엘 민족의 혈통적 출발인 족장들 곧 아브라함, 이삭, 야곱을 비롯해 모세와 선지자들의 선포가 모두 복음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서 우리는 구약을 ‘십자가 복음의 빛’으로 관통해 들여다보는 바울의 구약 이해를 만난다. ‘율법의 행위로가 아니라 믿음으로’(3:28)를 말하는 바울은 율법을 담고 있는 구약이 사실 복음을 말한다고 논증한 것이다. 이 같은 바울의 설명은 ‘믿음으로’의 의미가 십자가와 철저히 관련된다는 진리를 깨닫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구약이 말하려는 것은 단순히 율법의 문자적 적용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밝히는 것임을 알게 한다.
 

이미 바울은 이런 복음 이해를 3장 21절에서 밝혔다. “이제는 율법 외에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으니 율법과 선지자들에게 증거를 받은 것이라.” 율법 외에 나타난 하나님의 의, 곧 십자가는 율법과 선지자들을 통해 논증을 받았다는 얘기다. 로마서의 저자 바울을 통해 우리는 구약을 복음의 빛으로 관통해 보는 법을 깨닫게 된다. 

 

 

불붙는 마음일지라도 주님을 경외함으로


한편 ‘큰 근심과 마음에 그치지 않는 고통’(9:1~3) 가운데 있는 바울을 통해 구원받아야 할 이웃들을 향한 우리의 마음이 어떠한지를 저울질당하는 느낌이다. 바울은 어떻게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었을까?

틀림없이 복음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구약과 경험한 사건, 들은 말씀을 통해 배운 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그들의 죄를 사하시옵소서 그렇지 아니하시오면 원하건대 주께서 기록하신 책에서 내 이름을 지워 버려 주옵소서”(출 32:32)라고 하나님 앞을 막아선 모세에게서, “주여 이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행 7:60)라고 외친 스데반에게서,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눅 23:34)라고 부르짖으신 예수님께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또 한 가지를 배워야 한다. ‘큰 근심과 그치지 않는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그 불붙는 간절한 마음을 하나님 앞에 겸비하게 내려놓는 바울의 모습이다. “깊도다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풍성함이여, 그의 판단은 헤아리지 못할 것이며 그의 길은 찾지 못할 것이로다”(11:33). 언약의 후손이면서도 복음과는 멀어져 있는 동족을 향한 고통이 불붙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열심을 앞세우지 않는다. 자신의 열심이 아무리 크더라도 하나님보다 크랴! 바울을 통해 믿음의 길이란 겸손의 길임을 확인한다.

이번 호 묵상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이웃을 향해 복음으로 불붙는 마음이 일어나면 좋겠다. 그러면서도 그 마음을 하나님보다 앞세우지 않는 겸손의 은혜를 간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