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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하나님의 임재로 능력을 펼쳤던 삼손

과월호 보기 박삼열 목사(사랑의교회)

삼손은 그 이름 자체가 힘의 대명사로 여겨질 정도로 그야말로 대단한 힘을 가진 인물이었다. 맨손으로 사자를 염소 새끼 찢듯 했고(삿 14:6), 또 이스라엘을 괴롭히던 블레셋을 홀로 제압하기도 했다(삿 14:19, 15:8, 15, 16:3, 30). 반면 삼손은 한없는 약함도 지니고 있었다. 나실인으로서 자신의 비밀을 들릴라에게 자백하는 치명적 약함의 소유자이다. 삼손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어떻게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에 뿌리를 내리는 이 중요한 시대에 사사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는지 의문이 절로 생긴다.


자기 정체성을 알고 있었던 삼손
혼자 단숨에 이뤄낸 여러 차례의 승전 경험을 갖고 있으면서도 삼손은 결국 블레셋의 손에 붙잡혀 두 눈이 뽑히고 사로잡힌 채 맷돌을 돌려야 했다. 그로 인해 이스라엘의 대적 블레셋이 자신들의 신을 찬양하게 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블레셋 사람의 방백들이 이르되 우리의 신이 우리 원수 삼손을 우리 손에 넘겨주었다 하고 다 모여 그들의 신 다곤에게 큰 제사를 드리고 즐거워하고 백성들도…자기들의 신을 찬양하며”(삿 16:23~24). 이처럼 삼손에게는 사사라 부르기에 부끄러운 면면이 있었다.
그러나 삼손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모르지 않았다. 400여 년의 사사 시대를 빛낸 수많은 사사들과 달리, 성경은 삼손의 출생에 대해 특별한 사건으로 기록한다. 그것은 곧 불임이었던 마노아의 아내에게 하나님의 사자가 찾아와 삼손을 잉태하게 한 점과 그가 모태로부터 나실인으로 구별돼 이스라엘을 구원할 소명자가 됐다는 점이다(삿 13:3~5).
삼손도 자신의 기원과 정체성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삼손이 진심을 드러내어 그에게 이르되 내 머리 위에는 삭도를 대지 아니하였나니 이는 내가 모태에서부터 하나님의 나실인이 되었음이라 만일 내 머리가 밀리면 내 힘이 내게서 떠나고 나는 약해져서 다른 사람과 같으리라 하니라”(삿 16:17). 부모로부터 수없이 들었을 자신의 출생 스토리와 함께 삼손은 분명한 자기 이해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사사로 설 수 있었던 것은 자신에 대한 분명한 이해 때문도 아니요, 초능력을 지녔기 때문도 아니다. “소라와 에스다올 사이 마하네단에서 여호와의 영이 그를 움직이기 시작하셨더라”(삿 13:25). 40년 동안 블레셋 사람의 손에 압제를 받는 상황에서(삿 13:1) 삼손이 사사로 바르게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영이 임재했기 때문이었다(삿 14:6, 19, 15:14). 이것이 그를 사사로 살게 하는 전부인 셈이었다.

 

주의 임재를 뒤늦게 깨달은 삼손
그러나 삼손은 사사로서 자신의 사명과 삶이 가능했던 이유가 하나님의 임재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이것이 그가 비극을 경험한 원인이었다. 머리털이 밀린 다음, 자신을 잡기 위해 들이닥친 블레셋 사람들 앞에서 보인 삼손의 모습을 성경은 이렇게 기록한다. “들릴라가 이르되 삼손이여 블레셋 사람이 당신에게 들이닥쳤느니라 하니 삼손이 잠을 깨며 이르기를 내가 전과 같이 나가서 몸을 떨치리라 하였으나 여호와께서 이미 자기를 떠신 줄을 깨닫지 못하였더라”(삿 16:20). 이 절체절명의 순간 삼손은 자신에게서 하나님의 임재가 떠났음을 알지 못했다. 이는 그가 지금까지 자신과 함께하셨던 하나님의 임재도 인식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삼손은 결국 두 눈이 뽑히고 두 손이 묶인 채로 블레셋 사람들이 그들의 신 다곤에게 제사하고 찬양하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삿 16:21~24) 자신의 소명과 능력이 하나님께로 왔음을 깨닫게 된다. “삼손이 여호와께 부르짖어 이르되 주 여호와여 구하옵나니 나를 생각하옵소서 하나님이여 구하옵나니 이번만 나를 강하게 하사 나의 두 눈을 뺀 블레셋 사람에게 원수를 단번에 갚게 하옵소서 하고”(삿 16:28). ‘여호와의 영이 임할 때에’는 알지 못하던 하나님을 향한 목마름이 비로소 터졌다.
“…삼손이 죽을 때에 죽인 자가 살았을 때에 죽인 자보다 더욱 많았더라”(삿 16:30)는 말씀은 그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지만 사사로서의 사명을 다했음을 보여 준다. 더 나아가 오직 하나님의 함께하심을 진정으로 깨닫게 될 때만이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소명이 완성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인물이다. 우리 삶에 모두가 부러워할 능력이 나타나더라도 그것은 내 힘이 아니며, 반면 절망 가운데 처하더라도 오직 주님만을 바라보자. 오직 주님만이 우리의 힘이 되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