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박삼열 목사(사랑의교회)
사사 기드온은 무엇보다 ‘300 용사’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기드온에게 모여든 이스라엘 병사가 처음에는 3만 2천 명이었지만(삿 7:3) 하나님께서 너무 많다고 하셨고, 결국 300명으로만 군대를 조직한다. 그것도 칼과 창이 아닌 나팔과 횃불을 든 군대였다(삿 7:16). 반면, 이들이 싸워야 할 적군은 한마디로 어마어마했다. “미디안과 아말렉과 동방의 모든 사람들이 골짜기에 누웠는데 메뚜기의
많은 수와 같고 그들의 낙타의 수가 많아 해변의 모래가 많음 같은지라”(삿 7:12). 적군의 규모를 짐작하고도 남을 만한 묘사다. 그러나 기드온의 300 용사는 적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다.
거룩한 불만을 극복하다
기드온이 이렇게 대단한 전과를 올리며 이스라엘을 건진 사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 가지를 넘어서야 했다. 첫째는 하나님을 향한 원망, 내지 분노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미디안의 침탈로 산에 피신해 토굴을 파기도 했고, 소산은 물론 양과 소와 나귀도 남김없이 빼앗겼다(삿 6:2~4). 한마디로 이스라엘은 미디안 때문에 생활의 궁핍함이 극심했다(삿 6:6).
따라서 하나님의 사람 기드온은 자기 백성의 황폐함 앞에서 하나님을 향해 이렇게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드온이 그에게 대답하되 오 나의 주여 여호와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면 어찌하여 이 모든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나이까 또 우리 조상들이 일찍이 우리에게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우리를 애굽에서 올라오게 하신 것이 아니냐 한 그 모든 이적이 어디 있나이까 이제 여호와께서 우리를 버리사 미디안의 손에 우리를 넘겨주셨나이다 하니”(삿 6:13). 하나님께서 계시다면 어떻게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을 지금과 같은 처절한 상황에 놓이게 방치할 수 있느냐고 따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그는 불과 얼마 전 선지자의 말씀을 들었던 터였기에 하나님을 향한 ‘영적 분노’는 보다 생생할 수밖에 없었다.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자손에게 한 선지자를 보내시니 그가 그들에게 이르되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기를 이스라엘의 하나님 내가 너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며 너희를 그 종 되었던 집에서 나오게 하여 애굽 사람의 손과 너희를 학대하는 모든 자의 손에서 너희를 건져내고 그들을 너희 앞에서 쫓아내고 그 땅을 너희에게 주었으며”(삿 6:8~9).
기드온으로서는 하나님을 향해 분노에 찬 질문을 던지는 것이 당연했다. 이 질문은 그에게 신앙의 문제요, 신학적 과제였다. 그는 하나님께 받은 소명에 앞서 먼저 이 문제로 하나님과 씨름했고, 이 질문이 해결된 후 하나님을 전심으로 예배하는 자로 선다(삿 6:13~24). 우리는 여기서 하나님 앞에 갖게 되는 영적 질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소명자로 살기 어렵다는 점을 배우게 된다.
두려움을 극복하다
기드온이 넘어서야 했던 또 하나의 문제는 두려움이었다. 그는 이제 하나님께서 자신과 함께하시고, 동족을 구원하시리라는 신앙과 신학적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그 일에 부름을 받아 실행하려고 했을 때 그는 두려움에 직면했다. “이에 기드온이 종 열 사람을 데리고 여호와께서 그에게 말씀하신 대로 행하되 그의 아버지의 가문과 그 성읍 사람들을 두려워하므로 이 일을 감히 낮에 행하지 못하고 밤에 행하니라”(삿 6:27, 참조 삿 6:11). 또한 미디안과의 전투를 목전에 뒀을 때도 그에게는 두려움이 문제였다. “만일 네가 내려가기를 두려워하거든 네 부하 부라와 함께 그 진영으로 내려가서”(삿 7:10). 기드온은 이 두려움을 극복하고서야 피폐해 가는 민족을 절망으로부터 건지는 사사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었다.
남은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약하디 약한 백성 중 한 사람이었던 기드온은 이 거대한 대적 앞에서 두려움의 과제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었을까? 본문이 보여 주는 비결은 다름이 아니라 끊임없이 하나님께 여쭤 보는 것이었다. 본문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질문하고 또 질문하는 기드온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삿 6:36 등). 성경은 기드온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한다. 하나님께 물어보지 않았다면 기드온은 그 거대한 두려움을 넘어설 수 없었고, 하나님의 소명을 따라 행할 수 없었다고 말이다.
이번 달 사사기 말씀 묵상으로 하나님과 씨름하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씨름이 주님을 향해 마음속 깊은 불만과 질문을 쏟아내 해결받게 하고, 또 믿음으로 내딛는 발걸음을 주저하게 하는 모든 두려움을 넘어서는 영적 도약의 여정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