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박삼열 목사(사랑의교회)
사사기를 묵상하는 동안 우리는 여러 사사들을 만난다. 사실상 사사 시대에만 존재했던 사사 직분의 독특함 때문에 사사기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더욱 커진다. 나아가 사사기가 다루는 시대와 내용이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간 이후라는 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왜냐하면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범죄와 타락은 끈질기게 반복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사기 묵상은 통탄스럽지만 동시에 우리의 영적 모습을 비춰 볼 수 있는 거울이 된다. 이로써 우리는 적어도 두 가지를 확인하게 된다. 첫째는 인간의 실체가 죄성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하나님의 구원은 우리의 실력이 아니라 철저히 하나님의 자비하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사사기의 메시지는 사사들의 등장과 함께 전해진다.
하나님의 역사로 승리를 확신한 드보라
“남겨 두신 이 이방 민족들로 이스라엘을 시험하사 여호와께서 모세를 통하여 그들의 조상들에게 이르신 명령들을 순종하는지 알고자 하셨더라”(삿 3:4).
사사기 이해를 위해 주목해야 할 구절이다. 왜냐하면 이 말씀은 사사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목적을 밝혀 주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명령을 반드시 지켜야 함을 깨닫게 하신다.
사사들의 등장은 바로 그런 목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역사는 사사들을 통해 실행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스라엘 역사에서 사사 시대만큼 리더십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시대도 없다. 그들 가운데 이번 호에서 우리가 살펴보려는 인물은 여자 사사 드보라다.
드보라에게 주어진 과제는 900대의 철 병거로 무장해 이스라엘을 학대하는 가나안 왕 야빈의 세력을 꺾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대의 강국이었던 가나안의 힘을 이스라엘이 과연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이 절박한 상황에서 나타난 드보라의 리더십은 바로 다음의 말씀에 드러나 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같이 명령하지 아니하셨느냐”(삿 4:6), “여호와께서 너에 앞서 나가지 아니하시느냐”(삿 4:14).
우리가 사사기 5장, 이른바 ‘드보라의 노래’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그녀의 승리는 대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대단한 이유는 드보라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 때문이었다. “여호와께서 나를 위하여 용사를 치시려고 내려오셨도다”(삿 5:13).
따라서 드보라의 승리는 이렇게 평가된다. “이와 같이 이날에 하나님이 가나안 왕 야빈을 이스라엘 자손 앞에 굴복하게 하신지라”(삿 4:23). 한마디로 드보라는 하나님의 역사로 승리를 얻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았던 인물이다. 이는 우리가 꼭 배워야 할 교훈이다.
하나님의 일을 노래로 전파한 사사
드보라는 이와 같은 승리,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이 체험한 교훈 곧 하나님께서 역사하셔야 한다는 진리를 노래로 만들었다(삿 5장). 이 노래는 드보라에게 하나님 중심의 신앙을 이스라엘 중에 확장하며 재생산시키는 최고의 도구였다. 또 다시금 백성에게 하나님을 기억하게 만드는 지혜였다.
“여호와여 주의 원수들은 다 이와 같이 망하게 하시고 주를 사랑하는 자들은 해가 힘 있게 돋음 같게 하시옵소서 하니라 그 땅이 사십 년 동안 평온하였더라”(삿 5:31).
드보라가 노래한 이 마지막 구절은 그녀가 하나님의 일을 전파하고 전승하는 데 무척이나 힘을 썼을 뿐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현했음을 확인하게 한다. 왜냐하면 본문 ‘사십 년 동안의 평온’을 이 노래의 결어로 사용함으로써 노래와 사십 년의 평안 사이에 관련을 짓기 때문이다.
한편, 드보라가 노래라는 도구를 통해 전파하고 전승하고자 했던 신앙의 내용은 다름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순전한 믿음, 즉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경고와 권면이다. 경고는 그들이 하나님의 원수같이 지낸다면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이고, 권면은 하나님을 사랑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사기를 통해 놀라운 하나님의 역사를 전파하고 전승해야 한다는 교훈을 받게 된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드보라에게서 신앙의 노래를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번 호 묵상으로 진정 하나님께 순종하는 사람이 돼가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