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박삼열 목사(사랑의교회)
이번 호에서는 초대 교회는 물론 사도행전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인물 야고보를 탐구하고자 한다.
우선 성경에 등장하는 야고보라 이름 붙여진
인물들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는 예수님의 제자인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막 3:17 등), 둘째는 역시 예수님의 제자로서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다(막 3:18 등).
그리고 셋째는 이 달에 탐구하고자 하는
예수님의 동생 야고보다(마 13:55; 행 12:17; 고전 15:7 등).
야고보의 변화, 그 이전과 이후
예수님의 승천 이후, 초대 교회가 세워지는 데 있어서 예수님의 동생 야고보의 역할은 크고 중요했다. 야고보에 대한 연구는 사도행전 이전 역사를 기록한 복음서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 사도행전의 야고보와 그 이전 복음서에서 나타난 그의 모습에 현격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복음서에 묘사된 야고보의 모습은 매우 부정적이다. 한번은 야고보가 자신의 형 예수가 미쳤다는 소문을 듣고 예수님을 데리러 왔다. “예수의 친족들이 듣고 그를 붙들러 나오니 이는 그가 미쳤다 함일러라”(막 3:21). 그것도 어머니와 다른 동생들과 함께였다(막 3:31).
예수님에 대한 소문을 놓고 가족회의가 있었을 것이고, 야고보도 그 소문에 동의했기 때문에 예수님을 붙들러 나온 자리를 거부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교적 예수님의 공생애 초기로 보이지만 야고보가 자신의 형 예수님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단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요한복음 7장 5절은 예수님에 대한 야고보의 부정적인 생각을 보다 명확히 뒷받침해 준다. “이는 그의 형제들까지도 예수를 믿지 아니함이러라.” 더 나아가 예수님을 ‘배척’하는 유대인들의 반응에 대해 예수님의 형제들이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거나 못한 것으로 보인다(마 13:53~58). 즉 예수님의 동생 야고보는 예수님을 배척하는 이웃들의 태도를 인정한 셈이다.
그러던 야고보가 사도행전에 기록된 예루살렘 초대 교회에서는 그야말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예루살렘교회에 핍박이 일어나고 베드로가 체포됐을 때, 이미 야고보는 교회의 중요한 사람이 돼 있었다. “베드로가…야고보와 형제들에게 이 말을 전하라 하고…”(행 12:17).
결정적으로는 사도 바울의 1차 전도여행 때 복음을 들은 이방인들이 예수님을 믿게 된 것을 놓고, 그들의 개종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의 문제로 예루살렘교회가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야고보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당시 예루살렘교회 지도자들의 진중한 토론이 있은 후 사도행전은 “말을 마치매 야고보가 대답하여 이르되 형제들아 내 말을 들으라”(행 15:13)라고 적고 있다. 야고보가 발언하고 나서 이방인의 개종에 관한 논쟁은 만장일치로 결론에 이른 것이다(행 15:25~26).
또한 사도행전은 사도 바울이 3차 전도여행을 마치고 그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예루살렘에 왔을 때, 선교보고를 받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중심인물로 야고보를 등장시킨다(행 21:18~26). 따라서 우리는 예수님의 동생 야고보가 사도행전의 초대 교회에서 ‘기둥같이 여기는 인물’(참조 갈 1:19, 2:9)이었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예수 부활이 야고보를 바꿔
그렇다면 복음서의 야고보가 어떻게 사도행전의 야고보로 바뀐 것일까? 적어도 두 가지 사실이 그를 예수님에 대한 오해와 거부로부터 예루살렘교회의 중심적 인물로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첫 번째는 예수님의 부활이다. “그 후에 야고보에게 보이셨으며…”(고전 15:7).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한 야고보는 그동안의 모든 생각을 바꾸고 예수님을 따르게 됐다. 비단 야고보뿐 아니라 모든 사도와 제자들은 부활을 목격하고 “…하나님 앞에서 너희의 말을 듣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옳은가 판단하라”(행 4:19)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됐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오순절 성령강림이다. 오순절 사건 역시 모든 사도와 제자들이 예수님의 십자가 복음을 위해 살도록 만든 결정적 역사였고, 야고보 역시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내 증인이 되리라”(행 1:8)라는 말씀을 거스를 수 없으니 말이다.
이번 달 사도행전을 묵상하는 동안 우리 모두가 부활의 주님을 새롭게 만나 성령의 충만을 회복해, 예수님의 동생 야고보를 변화시킨 그 은혜를 함께 누리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