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6년 05월

하나님을 삶의 중심에 두지 않았던 에서

과월호 보기 박삼열 목사(사랑의교회)

창세기에 나오는 인물 중 에서는 야곱에 대비되고, 야곱에게 가려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에서는 불행의 대명사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이스라엘과 철천지원수의 관계에 있는 인물로 생각되기도 한다.

 

에돔 족속의 조상이 된 에서
에서는 에돔 족속의 조상이다(창 36:9). 특히 역사 속에서 지속적으로 에돔 족속과 이스라엘 민족 간의 관계가 적대적이었던 점을 고려한다면(렘 49:8~10; 옵 1:6~10), 에서라는 인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더욱이 에서에 대해 언급하는 신약의 본문 내용을 생각하면, 그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너희는 하나님의 은혜에 이르지 못하는 자가 없도록 하고… 혹 한 그릇 음식을 위하여 장자의 명분을 판 에서와 같이 망령된 자가 없도록 살피라 너희가 아는 바와 같이 그가 그 후에 축복을 이어받으려고 눈물을 흘리며 구하되 버린 바가 되어 회개할 기회를 얻지 못하였느니라”(히 12:15~17).
에서에 관한 성경의 첫 번째 언급은 창세기 25장 24~25절이다. “그 해산 기한이 찬즉 태에 쌍둥이가 있었는데 먼저 나온 자는 붉고 전신이 털옷 같아서 이름을 에서라 하였고.”

 

이삭의 기도 응답으로 태어난 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그가 기도로 태어났다는 점이다. “이삭이 그의 아내가 임신하지 못하므로 그를 위하여 여호와께 간구하매 여호와께서 그의 간구를 들으셨으므로 그의 아내 리브가가 임신하였더니”(창 25:21). 이삭이 40세에 리브가와 결혼했고(창 25:20), 60세에 에서를 낳았으니(창 25:26) 결혼한 지 20년 만이다. 결코 짧지 않은 불임의 기간이었다.
이것은 이삭이 에서와 야곱을 낳은 사건이 단지 시간만의 문제가 아님을, 곧 이삭과 리브가는 자연적인 방법으로는 자녀를 생산할 수 없는 부부, 스스로의 힘으로는 자녀를 낳을 수 없는 부부임을 의미한다. 동시에 에서는 야곱과 마찬가지로 아버지 이삭의 기도에 의해 태어난 하나님의 특별한 응답임을 뜻한다.
그러면 에서는 이와 같은 사실을 몰랐을까? 그럴 리 없다. 오히려 에서는 자신의 출생이 할아버지 아브라함의 나이 100세 때 하나님께서 태어나게 하신 아버지 이삭의 출생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확실한 하나님의 응답이요, 능력임을 알았을 것이다. 게다가 에서는 아버지 이삭과는 약 120년(창 35:28~29), 그리고 할아버지 아브라함과도 약 15년을 함께 살았으니(창 25:7)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관해서는 물론 하나님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음이 틀림없다.
에서에 관한 창세기 기록은 그의 출생(창 25장)으로부터 시작해 그의 계보(창 36장)에 관한 기록에 이르기까지 야곱 이야기와 병행해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 특별히 창세기는 에서의 일생 가운데 중요한 사건들을 비교적 자세히 기록한다. 예컨대 그가 태어날 때(창 25:25), 장성했을 때(창 25:27 이하), 결혼하던 40세 때(창 26:34), 아버지 이삭이 나이 많을 때(창 27:1 이하), 이삭의 축복 이후 야곱이 밧단아람으로 떠나던 때(창 28:6~9)에 있었던 일들을 말한다. 말하자면 에서의 일생을 요약하고 있는 셈이다.

 

하나님을 삶의 중심에 두라
하지만 그에 관한 기록에 두려운 사실 하나가 눈에 띈다. 이렇게 중요한 인생의 시기, 그리고 그 일들을 기록한 본문 그 어디에서도 에서가 하나님을 찾았다는 흔적이 없다는 점이다. 에서에 관한 히브리서의 해석 곧 ‘에서와 같이 망령된 자’(히 12:16)라는 말씀과 정확히 일치하는 대목이다.
에서를 설명하는 ‘망령되다’라는 말은 그가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임을 뜻하고 있다. 이러한 사람에게는 오직 자기 자신과 현재만이 있다. “내가 죽게 되었으니 이 장자의 명분이 내게 무엇이 유익하리요”(창 25:32)라며 배고픔 앞에서 ‘장자의 명분을 가볍게 여긴’ 에서의 모습(창 25:34)이나 부모에게 근심을 끼친 그의 결혼(창 26:35, 28:8)이 대표적인 불신앙의 모습이다.
인간이 해결할 수 없는 불임의 상황을 넘는 하나님의 능력과 개입을 출생 때부터 경험했고, 아브라함과 이삭이라는 위대한 믿음의 선조들의 자손으로 살았지만, 또 아버지 이삭의 축복까지 받았지만(히 11:20), 에서는 하나님을 자신의 삶의 중심으로 삼지 못한 인물이다. 창세기에 그의 죽음이 기록되지 않아 그의 인생 마지막에 대한 궁금증 역시 남겨뒀지만, 에서를 통해 반드시 하나님을 내 삶의 중심에 둬야 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