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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8월

주를 향한 신뢰로 위대한 사역을 펼친 엘리사

과월호 보기 박삼열 목사(사랑의교회)

 이스라엘의 역사를 돌아볼 때, 특히 이스라엘 백성의 우상 숭배를 중심으로 한 악한 모습을 볼 때면, 분열 왕국 시대 북이스라엘의 아합 왕과 그의 아내 이세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열왕기상 16장에서부터 언급되는 아합에 대한 말씀은 시작부터 절망적이다. “아합이 그의 이전의 모든 사람보다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더욱 행하여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의 죄를 따라 행하는 것을 오히려 가볍게 여기며 시돈 사람의 왕 엣바알의 딸 이세벨을 아내로 삼고 가서 바알을 섬겨 예배하고…”(왕상 16:30~33).



암담한 시대에 선지자로 부르심
아합이 이세벨과 더불어 들여온 우상 숭배는 온 이스라엘을 하나님 앞에 범죄와 절망 속으로 몰아넣었다. 동시에 하나님의 선지자들에게 가장 힘든 과제였다. 갈멜 산 대결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엘리야를 낙담 가운데 떨어지게 할 만한 것이었다. 결국 엘리야는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왕상 19:4)라고 부르짖는다.
엘리사는 바로 이런 상황 한가운데에 등장한다. “너는… 엘리사에게 기름을 부어 너를 대신하여 선지자가 되게 하라”(왕상 19:16). 엘리야는 엘리사를 찾았고, 엘리사는 엘리야를 스승으로 따른다. “…일어나 엘리야를 따르며 수종 들었더라”(왕상 19:21). 엘리사는 그 후 많은 시간을 엘리야와 함께 보내고, 또 엘리야를 떠나보낸 다음에 사역을 시작한다(왕하 2:11~14).


수많은 예언과 기적을 행한 엘리사
엘리사가 부름받은 시대의 영적 상황은 한마디로 암담했다. 이에 반해 그가 감당한 사역의 내용은 참으로 대단했다. 엘리사의 사역이 시작된 열왕기하 2장에서부터 사역을 마친 열왕기하 13장까지 그가 한 예언의 성취가 일곱 번이나 기록돼 있다. 또 그가 행한 기적도 18번이나 실려 있다.
엘리사의 사역은 마치 복음서에 펼쳐진 예수님의 공생애 사역을 보듯 기적 사건의 연속물처럼 보인다. 요단 강을 갈라 건너고(왕하 2:14), 보리떡 20개와 조금의 채소로 무리 100명이 먹고도 남는 기적을 행했다(왕하 4:42~44). 또 나병을 낫게 하고(왕하 5:14), 죽은 사람을 살리기도 했다(왕하 4:32~37).


가장 평범한 그러나 위대한 믿음의 사람
그가 행한 이적들은 특별한 기적들이었다. 하지만 엘리사 자신이 따로 하나님의 음성을 듣거나 하나님을 보거나, 꿈을 꾸는 식의 언급은 없다. 한마디로 기적의 사역자였지만 특별한 것이 없는 가장 평범한 인물인 셈이다.
엘리사의 소명 장면에서도 “엘리야의 하나님 여호와는 어디 계시나이까?”라는 그의 부르짖음만 있을 뿐 하나님의 대답은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왕하 2:14). 또 그는 ‘죽을 병’에 걸려 죽는 것으로 기록됐다(왕하 13:14 이하). 이 또한 보통 사람처럼 평범하다.
엘리사로 하여금 이처럼 평범한 믿음의 삶을 살면서도 가장 놀라운 사역의 인물로 살게 한 것은 무엇인가? 성경에서 우리는 두 가지를 주목할 수 있다.
첫째는 그가 오직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는 자였다는 점이다. “엘리사가 이르되 당신의 성령이 하시는 역사가 갑절이나 내게 있게 하소서 하는지라”(왕하 2:9). 갑절의 몫은 율법과 이스라엘의 전통에 의하면 맏아들이 받는 상속을 의미한다(참조 신 21:17). 그리고 맏아들은 무엇보다 하나님께 속했다는 전적인 하나님 소유의 의미를 갖는다. 엘리사는 자신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소유라는, 정체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그렇기에 오직 하나님의 은혜만을 의지했다. 
둘째는 스승 엘리야에게 주어졌던 하나님의 말씀을 잊지 않았다는 점이다. 엘리사 자신도 말씀의 사람이었지만, 스승을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뜻을 이어가는 일에 충실했다. 이스라엘이 바알과 아세라 우상의 나라가 되게 만든 주범인 이세벨과 아합의 집안을 진멸하는 심판의 말씀은 엘리야에게 주어졌지만(왕상 19:16), 그 말씀은 엘리사가 완수한다(왕하 9:6, 10:30).
이처럼 엘리사야말로 개인적 신비 체험 같은 것 없이도, 주님을 의지하고 주의 말씀을 따르는 믿음의 실제를 제대로 보여 주는 인물이다. 그는 행동하는 믿음의 사람이다. 그 어느 때보다 영적으로 혼탁한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8월의 열왕기하 말씀 묵상을 통해 행동하는 전적 위탁과 말씀을 따르는 은혜가 넘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