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상징인 포도주와 포도즙 틀

“네 재물과 네 소산물의 처음 익은 열매로 여호와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창고가 가득히 차고 네 포도즙 틀에 새 포도즙이 넘치리라”(잠 3:9~10)

물이 귀하고 석회석이 많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포도주는 필수적인 음료이며, 그것은 풍요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래서 본문에서는 처음 익은 열매로 여호와를 공경하는 사람의 창고에는 포도즙 틀에 새 포도즙이 넘칠 것이라고 축복하고 있다.
다 알다시피 포도즙은 포도를 으깬 후 발효시켜 만든 것이다.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보통 8~9월에 포도를 수확해 얼마 동안 건조시킨 뒤 포도즙 틀에 포도를 넣어 주로 발로 밟아서 포도를 압착하고, 6시간 정도 지난 후 낮은 포도즙 틀에서 초기 발효를 시킨다.
포도즙 틀(winepress)은 바위를 파서 만들었다. 한 곳에 바위를 파서 포도주를 짜내는 틀(히, 갓)을 만들고, 조금 떨어진 낮은 곳에 다른 구멍을 낸 후 그 사이에 홈을 파서 으깨진 포도즙이 홈이 파인 길을 통해 다른 쪽 구멍에 고이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짠 포도즙을 좀 더 발효시키고 저장하기 위해 병이나 가죽부대에 담았다. 가죽부대는 꿰맨 곳 없이 전체를 하나로 만든 것으로, 입구는 발효 때 나오는 가스를 배출시키기 위해 열려 있었다.
팔레스타인은 물론 물이 귀한 근동 지역에서는 포도주를 식음료로 광범위하게 사용했다. 특히 식사 때뿐만 아니라 잔치나 축제에 있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 중 하나였다. 때로는 약으로도 사용했으며(삼하 16:2; 딤전 5:23), 포도주가 생산되는 곳에서는 제물로도 바쳤다.
그러나 포도주는 구약과 신약에 있어 찬양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아비가일과 시바는 포도주를 다윗에게 바쳤으며(삼상 25:18; 삼하 16:1), 솔로몬은 성전 건축에 재료를 공급해 준 두로 왕 히람에게 2만 말의 포도주를 보답으로 줬다(대하 2:8~10). 구약에서 포도주는 하나님의 심판으로 표현되기도 했으나 예수께서는 포도주를 비유적으로 사용하기도 하셨다. 또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는 포도주가 떨어졌을 때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첫 번째 기적을 행하셨다(요 2:1~11).

아내로 비유된 우물

“너는 네 우물에서 물을 마시며 네 샘에서 흐르는 물을 마시라 어찌하여 네 샘물을 집 밖으로 넘치게 하며 네 도랑물을 거리로 흘러가게 하겠느냐”(잠 5:15~16)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근동 지역에서 우물은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였다. 강우량이 적어 늘 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대에서는 우물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됐으며, 우물에 대한 소유권 주장으로 종종 종족 간에 다툼이 일어났다(창 26:20~21).
이삭이 그랄 골짜기에서 우물을 팠지만 블레셋 사람들과 우물의 소유권으로 인해 다투게 되자 그 우물의 이름을 에섹(다툼)이라 했고, 두 번째 우물로도 다투게 되자 싯나(대적함)라고 불렀다. 그리고 세 번째 우물을 팠을 때는 다투지 않게 돼 르호봇(장소가 넓음)이라 했다(창 26:19~22).
보통 우물은 깨끗하게 보존하고, 모래바람과 짐승이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돌로 덮었다(창 29:3). 성경에 나오는 우물들은 광야(창 16:14), 골짜기(창 26:17), 성 근처(창 24:11), 들과 뜰(창 29:2; 삼하 17:18) 등에 위치해 있었다.
옛날에는 우물 속에 영들이 살고 있었다고 생각했으며(창 16:14), 히브리인들은 우물에 대한 힘을 시사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민 21:17). 그리고 역사상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창 26:20~22). 또한 비유적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며(잠 23:27), 예수께서는 사마리아의 수가 성 야곱의 우물가에서 그곳 여인에게 생명수에 대한 말씀을 가르치셨다.
본문에서는 우물과 샘물을 아내로 비유하고 있다. 그 첫번째 이유는 고대 근동 사회에서 우물을 매우 귀중한 자산으로 여겼기 때문에 아내의 소중함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두번째 이유는 샘과 우물이 여인의 아이를 낳는 출산 능력과 번성을 상징했기 때문이다.     

*바위를 파서 만든 포도즙틀(이스라엘 기브온)

*오늘날 터키 지역의 우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