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원희 목사(한국성지미디어 원장)
이스라엘의 요새, 시온
시편 20편 1~2절에 “환난 날에 여호와께서 네게 응답하시고 야곱의 하나님의 이름이 너를 높이 드시며 성소에서 너를 도와주시고 시온에서 너를 붙드시며”라는 구절이 나온다.
여기서 “너”는 6절의 “기름 부음 받은 자”로서 신정 왕국인 이스라엘의 왕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 구절은 이스라엘 백성이 출전을 앞둔 다윗 왕을 위해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는 기도이다. 한편, “성소”는 다윗 때 언약궤가 안치된 시온 산의 장막으로, 뒤이어 나오는 “시온”과 동일한 의미이다.
본문에 기록된 “시온”은 오늘날 예루살렘의 시온 산 지역을 가리킨다. 이 시온 산은 현재의 시온 문 밖, 예루살렘 서쪽에 있는 해발 765m 정도 되는 산등성이다. 이 산은 예루살렘 도성의 남쪽 끝 부분이며, 오른쪽에는 힌놈 골짜기가 있고, 왼쪽으로는 기드론 골짜기가 이어져 시온 산 아래서 만나 앞으로 빠진다.
시온이란 단어에는 반석, 강, 요새, 건조 지역, 흐르는 물 등 다양한 뜻이 있다. 성경에서 요새로 등장하는 시온 성은 현재 예루살렘 동남쪽 옛 성터 아래 있으며, 다윗이 점령한 후부터 다윗 성이라 불렸다(삼하 5:7). 그러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시온 산성(시온성)은 예루살렘 전체를 가리키는 시적(詩的) 이름으로 사용되었다.
오늘날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유대인들에게 시온 산은 정신적인 고향이요 종교적인 중심지가 되었다. 1267년 람반(Ramban)이 시온 산에 회당을 세움으로써 예루살렘의 유대인 공동체가 활성화되었고, ‘시온으로 돌아가자’라는 시온주의의 표어는 이들을 강력하게 결속시키는 역할을 했다.
현재 이곳에는 다윗의 무덤(가묘)이 생겼고, 15세기 기독교인들은 다윗 무덤 위층에 마가의 다락방이 있는 건물의 소유권을 주장했으나 결국 회교도들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이 지역에는 마리아 무덤(영면)교회(Dormition of the Virgin), 대제사장 가야바의 집, 베드로 통곡교회 등이 있다.
오늘날 이곳 시온 산 지역에 있는 성지를 순례하면 그 옛날 다윗이 세웠던 시온 성, 곧 다윗 성 지역을 지키는 군인들을 보게 된다. 예루살렘 자체가 팔레스타인 사람과 유대인 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하루속히 그리스도의 평화가 이 땅에, 그리고 전 세계에 넘치기를 시온 산 지역에서 다시 한 번 기원해 본다.
가시가 무성한 팔레스타인과 푸른 초장
시편 23편은 모든 기독교인이 가장 즐겨 읽고 묵상하는 말씀이다. 이 말씀의 배경이 된 오늘날 팔레스타인 지역에는 강우량이 적어 1년 중 우기(10월~3월)를 빼고는 비가 오지 않는다. 우기라고 해도 비가 많이 오는 것은 아니며, 12월과 1월 외에는 아주 적은 양의 비가 내린다. 그래서 이곳의 풀들은 우기 때를 제외하고는 가시투성이가 되고 메말라, 양들은 가시 속에 있는 풀들을 뜯어먹는다.
그러므로 주님이 우리를 푸른 풀밭으로 인도하시고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신다는 말씀을 편안한 우리 환경 속에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옛날 야곱의 아들들은 양에게 풀을 먹이기 위해 헤브론에서 도단까지 200㎞나 되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그토록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시편 23편 기자의 고백처럼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같은 곳에서도 우리를 푸른 풀밭과 같은 풍성한 곳으로 인도하셔서 우리를 먹이시고 지켜 주신다.